사모펀드 '메카' 된 사우디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블랙스톤, 칼라일, KKR 등 글로벌 사모펀드의 전쟁터로 떠올랐다. 국영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가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사우디 정부가 IPO로 거둘 수백억달러를 사모펀드에 맡길 계획이어서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 국부펀드 공공투자펀드(PIF)를 이끄는 야시르 알루마얀 대표는 지난달 19일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그룹 회장,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 등 10여 명의 글로벌 투자회사 대표를 리야드 집으로 초청했다. WSJ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전날 이뤄진 이 만찬이 향후 몇 년간 사모펀드업계의 승부를 가르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사우디 정부는 아람코 자산을 국부펀드로 넘길 수 있다고 밝혀왔다. 아람코의 기업 가치는 1조~2조달러로 추정되는데, 사우디 정부는 주식 5%를 시장에 팔 계획이다. 현재 1800억달러(약 201조6000억원) 자산을 위탁 중인 PIF가 500억~1000억달러의 자산을 추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블랙스톤펀드와 소프트뱅크가 자산 수탁 경쟁에서 가장 앞섰다. PIF는 블랙스톤이 조성하는 4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펀드에 200억달러, 소프트뱅크가 1000억달러 규모로 조성 중인 비전펀드에 45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아람코의 IPO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기업 가치가 하락 중인 가운데 상장 장소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대신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를 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로펌들은 뉴욕증시 상장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미국은 소송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LSE에 가는 것도 쉽진 않다. LSE가 IPO 때 공개 대상 지분을 25%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아람코는 IPO 때 주식 5%만 팔 계획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