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시장이 올 들어 달아오르고 있다. 자산투자의 양대 축인 증시와 부동산 활황세가 뚜렷하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일 2372선에 육박했다.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도 17주 연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자산시장 호황이 마냥 달가운 뉴스만은 아니다. 특히 부동산시장 과열은 ‘빚 내서 집을 사려는’ 수요를 늘려 가계부채 부실을 더 키울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는 8월 중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부동산 호황의 그늘' 가계부채…뇌관 터질까 고민하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호황…째깍거리는 가계부채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뇌관이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며 자산투자 시장이 호황을 나타내고 있지만 글로벌 금리 인상 시기와 맞물려 언제든 곪아 터질 수 있는 게 ‘가계 빚’ 문제다. 지난 3월 말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잔액은 1360조원에 달했다. 사상 최고치다. 지난해 말 이후 석 달 새 17조원 이상 늘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전체 가계신용 중 절반가량이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점이다. 지난 1분기 말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678조원(주택금융공사 유동화분 포함)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은행권에서만 지난해 56조원 늘었다. 빚 내서 집을 사려는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지난해 초부터 수차례 가계대출 억제 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2월 은행권을 시작으로 보험, 저축은행, 상호금융권에도 소득심사 강화와 분할상환 대출 의무화를 골자로 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했다. 그런데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8월 정부 대책 뭘 담을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정부는 8월까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대책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은 ‘정밀타격’을 주장한다. 가계부채가 계속 늘고 있지만, 증가폭은 점차 둔화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평가다. 또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은 ‘집값 상승→대출 급증’에 있는 만큼 금융회사의 대출 문턱을 높이고 일부 부동산 과열 지역에 규제를 가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소득 대비 금융권 부채를 감안해 대출한도를 정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조기 도입하고 강남권 등만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 대출을 조이자는 얘기다.

반면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꺾이고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한국은행)는 판단에서 고강도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한 만큼 이를 일괄적으로 다시 강화하자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가 가계부채를 소득 양극화 문제로 접근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처럼 부동산시장 양극화에 초점을 맞춰 종합부동산세 도입, 투기지역 지정 등의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금리 인상도 딜레마

금융권에선 어떤 식이든 지금보다는 강화된 대책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많다. 문제는 새 가계부채 대책이 가져올 파장이다. “대출 규제를 과도하게 할 경우 부동산경기가 급랭할 수 있다” “자칫 외양간을 모두 태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정부 내에서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 대책과 별도로 한국은행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은이 2015년부터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하기 시작한 만큼 금리 인상을 통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한은도 딜레마에 처해 있다. 이르면 이달부터 미국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어 한은도 금리 인상을 마냥 미루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지만 사상 최대 수준으로 치솟은 가계부채를 고려하면 금리 인상은 서민·취약계층의 빚 상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이태명/김은정/김순신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