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 신생벤처 '스몰딜'에 꽂힌 기업들
네이버 아모레퍼시픽 LG전자 LG생활건강 LF 등 대기업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규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지분을 사모으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큰 회사들을 일찌감치 발굴해 투자 차익을 노리는 동시에 관련 신사업 추진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경우 전담조직을 두고 기존 화장품·제약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 왜 스타트업 사들였나

[기업 재무] 신생벤처 '스몰딜'에 꽂힌 기업들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인터넷포털 네이버는 올 들어 스타트업 네 곳의 지분을 사들였다.

지난 2월 미국 온라인 약국 서비스 업체인 님블RX 지분 1.8%를 11억원에 인수했고 같은 달 실리콘밸리 음성인식 기술업체인 사운드하운드 지분 0.82%를 58억원에 매입했다. 비슷한 시기 국내 스타트업인 오픈갤러리 지분 3%를 1억원에 샀다. 이 회사는 유망 화가의 그림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대여해주는 업체다. 지난 3월에는 내비게이션 개발업체 파토스 지분 10%를 3억원에 매입했다.

LG전자는 최근 독일 사물인터넷(IoT) 업체인 키위그리드 지분 17.65%를 130억원에 인수했다. 독일 에너지기업인 이노지 등과 함께 키위그리드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매입했다. LG전자는 이번 투자로 키위그리드의 3대 주주에 올라 이사회에 참석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앞으로 키위그리드, 이노지 등과 손잡고 에너지 관련 IoT 기술을 공동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LG생활건강은 남성 맞춤정장 스타트업 스트라입스 지분 4.9%(주식 1만주)를 10억원에 인수했다. 스트라입스는 2013년 4월 출범한 회사로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직원이 직접 찾아가 치수를 잰 뒤 맞춤제작 셔츠 등을 1주일 안에 배송해준다. 2015년 말 기준 자산 규모는 40억원이며 홍콩과 싱가포르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패션기업 LF는 최근 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로부터 (주)뉴폴라리스 지분 100%(주식 60만주)를 30억원에 사들였다. 뉴폴라리스는 여행전문채널인 폴라리스TV를 운영하는 업체로 2005년 출범했다. LF는 올 들어 스파클링와인 ‘버니니’, 데킬라 ‘페트론’ 등을 수입해 유통하는 주류업체 인덜지 지분 53%를 62억원에 인수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의 일본 식자재 유통업체 모노링크 경영권도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모레, 투자 전담조직 활용

화장품업체 아모레퍼시픽 모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이 회사는 2011년 신설한 조직인 ‘아모레퍼시픽 벤처스(AP Ventures)’를 통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 2월 미국 화장품 온라인 쇼핑몰 업체인 뷰티리시 지분 2.5%(77만5494주)를 23억원에 매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뷰티리시는 201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범한 회사로 같은 이름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글로벌 브랜드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해외 직접구매를 위해 이용하는 한국 고객도 많다.

2012년엔 미국 바이오 벤처업체인 오발론에 50억원을 투자했다. 2015년에는 국내 IoT업체인 웨이웨어러블에 10억원, 호주 바이오 기업인 엘라스타젠에 17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9월에는 데이터 분석 업체인 조이코퍼레이션 지분 7.7%를 15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이 회사는 휴대폰 신호를 분석해 매장 앞을 지나가거나 방문하는 고객들의 행동을 분석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