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 현대중공업 가삼현 사장, 정기선 전무.
왼쪽부터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 현대중공업 가삼현 사장, 정기선 전무.
2015년 6월 대우조선해양 대표로 복귀한 정성립 사장은 별도 취임식 없이 노르웨이로 떠났다. 오슬로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조선해양박람회 ‘노르시핑’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대우조선의 ‘소방수’로 나선 그는 박람회를 마치고 곧바로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와 2조원 규모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계약을 성사시켰다.

오는 6월1일 취임 2주년을 맞는 정 사장은 홀수해마다 열리는 노르시핑에 참석하기 위해 29일 다시 노르웨이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2년 전보다 각오는 더 비장하다. 위기에 빠진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수주가 절박하기 때문이다.
수주 낭보 안고 돌아올까…노르웨이로 출항한 조선 '빅3'
◆국내 조선 빅3 총출동

국내 조선사 수장들이 30일(현지시간)부터 오슬로에서 열리는 노르시핑에 총출동한다. 정 사장은 임직원 10명과 함께 출장길에 올랐다.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장을 맡고 있는 강환구 사장, 선박영업본부 가삼현 사장,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전무(선박해양영업본부 부문장) 등을 비롯해 20여 명의 출장단을 꾸렸다. 크레인 추돌 사고를 겪은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불참한다. 대신 담당 임원 등 10여 명이 참석해 공백을 메울 예정이다.

◆바닥친 선가, 치열한 수주전

수주 낭보 안고 돌아올까…노르웨이로 출항한 조선 '빅3'
이번 박람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선가(船價)가 바닥을 치면서 선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해운·조선분석 전문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가격은 지난해 1월 9350만달러에서 지난달(8000만달러)까지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가 이달 들어 처음 반등했다. 올해 세계 탱크선 발주량이 대폭 늘어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1년 새 탱크선 발주량은 52척(68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에서 77척(177만CGT)으로 늘었다. 선가가 더 오르기 전에 선사들이 미리 발주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북유럽에서 관심이 높은 LNG선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북유럽 선주들은 친환경 선박인 LNG선 등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 발주량이 전무하던 LNG선은 올해 4척 발주됐다. 국내 3사는 관련 선박 모형을 전시하고 영업·홍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맞춤형 수주전략 구사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3사가 별도 부스를 마련한다. LNG선, LNG벙커링에 초점을 맞췄다. 박람회 기간 현대중공업은 LNG 관련 기술력을 홍보하기 위해 선주사 등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기술 콘퍼런스를 연다.

대우조선은 가스선 영업에 주력한다. 정부로부터 6조7000억원의 지원(출자전환 포함)을 받으면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상태여서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수주 영업이 예상된다. 정 사장도 올해 흑자전환을 못 하면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대우조선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53척의 LNG선 수주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건조실적 1위는 108척을 건조한 삼성중공업이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 박람회에서 상선부문 수주 상담에 주력하기로 했다. 북유럽 선주들이 관심을 둘 만한 북극해 항해 쇄빙유조선, 북해용 잭업리그(시추설비), LNG선의 일종인 LNG-FSRU(LNG저장 재기화설비)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

박재원/안대규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