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30대 성민주 씨 부부는 지난 주말 두 아이와 봄나들이를 가기 위해 마트를 찾았다. 계산을 마친 성씨는 영수증을 보고 깜짝 놀랐다. 4인 가족이 먹을 삼겹살 800g, 수박 한 통, 토마토 3㎏, 양파, 생수 500mL 10병, 과자와 음료수, 맥주 등을 담았더니 10만원을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성씨는 “주말에 서울 근교로 1박2일 놀러 가려면 주유비, 숙박비, 식료품비까지 합쳐 최소 35만원이 든다”고 했다.

이른 더위에 봄 가뭄까지 겹치면서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달걀과 닭고기, 돼지고기, 채소류 등 신선식품 가격이 연일 오르고 있다. 공산품도 마찬가지다. 생수, 아이스크림, 맥주 등 피서철에 수요가 늘어나는 주요 품목도 이미 가격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안 오른 게 없네"…봄 가뭄·이른 더위에 '밥상 물가' 고고(高高)
폭염 예고…채소·과일류 계속 오를 듯

2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시스템 ‘참가격’에 따르면 전년 대비 가격 상승률이 계란 48%, 물오징어 23%, 닭고기와 삼겹살은 각각 10%에 달했다. 제철 과일인 수박과 참외도 약 20%씩 올랐다. 작년에 1만5000원 하던 수박 한 통이 올해는 2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채소 가격도 만만치 않다. 양파는 34%, 풋고추는 26%, 오이는 8%, 토마토는 40%가량 올랐다.

신선식품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은 봄 가뭄 탓이다. 올 들어 1월에서 5월까지 전국 평균 강수량은 158㎜로 평년 282㎜의 56%에 그쳤다. 봄 가뭄이 계속되면 농작물 상품의 질이 떨어지고 일부 작물은 생육 장애도 겪는다.

물가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상청은 6~7월에도 평년에 비해 기온은 높고 강수량은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여름 폭염까지 예고돼 있어 채소와 과일류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란 예상이다. 마미영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 팀장은 “오징어와 갈치 등은 어획량이 급감해 작년에 비해 가격이 많이 상승했고, 계란과 닭고기 등은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으로 여전히 수급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강우량까지 평년을 크게 밑돌면서 채소와 과일 가격이 쉽게 잡히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빙수업계도 가격 인상 대열 합류

이른 더위로 여름철에 수요가 늘어나는 생수, 아이스크림, 맥주 등 일부 공산품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롯데 아이시스 500mL 생수는 1년 전 331원에서 382원으로 15% 올랐다. 코카콜라와 월드콘, 바밤바 등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도 10% 넘게 올랐다. 하겐다즈는 다음달 1일부터 473mL 파인트 사이즈 가격을 9900원에서 1만1300원으로 약 14% 올릴 예정이다.

‘폭염 특수’를 기대하는 빙수업계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빙수 전문 브랜드인 설빙은 올해부터 제품별로 가격을 400~900원 올리는 등 최대 9% 인상했다.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는 ‘망고치즈케이크빙수’ 가격을 1만3000원으로 전년보다 1000원 더 올려 받고 있다. 뚜레쥬르도 팥빙수 가격을 500원 인상했다. 드롭탑은 ‘망고 빙수’를 ‘망고치즈 빙수’로, ‘블루베리 빙수’를 ‘새콤한 더블베리 빙수’로 재출시하면서 가격을 각각 1만800원에서 1만2900원으로 19.4% 인상했다. 나뚜루팝에서 판매 중인 구름팥빙수 가격은 지난해보다 18% 인상된 6500원이다.

제과업체 관계자는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되는 6월 말부터 생수와 각종 음료수, 아이스크림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7~8월에 최고 가격에 달하는데 올해는 한 달 이상 앞당겨진 셈”이라며 “이른 더위에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일부 대형마트와 제조업체 간 가격 조정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