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 스테인리스→파란 수지로…정전 시 무선 방송·비상등 'ON'
서울 2호선 새 전동차 타봤더니…좌석 넓어지고 공기 '청정'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플랫폼으로 유연한 곡선 몸체에 녹색 띠를 두른 전동차가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24일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이 전동차는 지난달 들여와 시운전 중인 2호선 신형 차량으로, 이날 언론에는 처음으로 내부를 공개했다.

서울메트로는 내년 말까지 총 2천47억원을 들여 이 같은 신형 전동차 200량을 도입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1량당 가격이 10억원이 넘는다.

지난달 반입한 차량은 안전점검·기지검사, 예비주행시험을 거쳐 현재 7월 20일까지로 예정된 시운전 시험에 한창이다.

시운전 시험에서는 역행·제동, ATO(자동열차운행), 최고속도 등 18개 항목을 꼼꼼히 들여다본다.

스크린도어가 열리고 전동차 내부에 들어서자, 한층 밝아진 분위기가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기존 은색 스테인리스 재질 대신 플라스틱 질감이 나는 파란색 극난연성(極難燃性·불에 잘 타지 않음) 수지 계열로 된 좌석이 눈에 띄었다.

특히 한국인 남성 신체 지수를 반영해 한 줄에 기존 7석이던 것을 6석으로 바꿔, 좌석당 넓이가 435㎜에서 480㎜로 여유가 생겼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옆 승객의 어깨가 닿지 않을 법한 넓이였다.

또 은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뀐 좌석 색깔은 이전보다 미관상 안정감을 줬고, 핑크색 임산부석·노란색 노약자석과 색깔로도 쉽게 구분됐다.

좌석에는 시청, 사당, 왕십리, 신도림, 성수 등 2호선 주요 역명을 영문으로 새겨 디자인 측면도 고려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스테인리스 좌석은 차갑고 미끄럽다는 문제가 있었고, 직물 계열 좌석은 미세먼지나 얼룩이 묻는 문제가 있었다"며 "새 좌석은 유럽이나 홍콩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소개했다.

좌석 끝에는 칸막이가 설치돼 서 있는 승객과 몸이 닿는 것을 방지했고, 출입문과 좌석 사이의 거리도 이전보다 넓어져 승객 안전을 도모했다.

고개를 들어 전동차 위편을 살펴보니 종전 전동차에 있던 선반이 사라졌다.

객실 혼잡도를 고려해 승객에게 개방감을 주고자 없앴다는 설명이다.

새 전동차의 또 다른 큰 특징은 사고 등 만일에 대비한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우선 2014년 상왕십리 열차 추돌 사고처럼 차량 분리·정전 등의 사고가 일어났을 때 자체 축전지를 활용해 무선 안내 방송과 비상등이 켜지도록 했다.

취재진이 탄 차량에서 기관사가 비상 상황을 가정해 이를 시연했더니, 천장에 은은한 밝기로 비상등이 들어왔다.

출입문 옆에도 띠 조명이 설치돼 연기가 차 있어도 쉽게 출입문을 찾을 수 있을 법 싶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고효율의 리튬이온 축전지는 약 6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비상시 전원이 끊겨도 1시간 넘게 비상 방송과 비상 조명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상 상황에서 승객이 안전하게 전동차를 빠져나와 철로로 내려갈 수 있도록 열차 끝편에는 비상탈출 사다리가 설치됐다.

또 객실 통로문이 이전 750㎜에서 1천200㎜로 넓어져 보다 쾌적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문턱을 없애고 내장판형 객실통로막을 적용해 '덜컹덜컹'거리는 느낌을 확 줄였다.

출입문 위편뿐만이 아니라 객실 통로문 위에도 LED 표시기가 설치돼 현 위치를 더욱 쉽게 알 수 있게 했다.

새 전동차가 무엇보다 달라진 점은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에 대처하는 공기질개선장치다.

1량당 2대씩 설치된 이 장치는 12분마다 순환하며 1시간에 공기를 4.8회 순환시킨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공기정화용 이중 필터를 설치해 PM-10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다"며 "이 같은 환기시스템을 적용한 것은 국내 지하철 가운데 최초"라고 소개했다.

서울메트로는 이 신형 전동차를 올 상반기 10량·하반기 40량, 내년 상반기 80량·하반기 70량을 들여올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ts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