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1360조 '사상 최대'
가계가 짊어진 빚이 올 1분기에만 17조원 넘게 늘어나 사상 최대치인 136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말 가계신용 잔액이 1359조7000억원(잠정치)으로 집계됐다고 23일 발표했다. 한은이 가계신용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보험회사, 대부업체 등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과 신용카드 사용액, 할부금융 등을 합한 금액이다. 3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해 말(1342조5000억원)보다 17조1000억원(1.3%) 늘었다. 지난해 1분기 증가액(20조6000억원, 1.7%)에 비해선 3조5000억원가량 줄어든 것이다.

은행보다 이자 부담이 큰 저축은행,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비(非)은행권으로 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는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조1000억원 늘어난 데 비해 비은행은 7조4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7조6000억원) 비슷한 수준이다.

올 1분기 가계부채 증가세는 한풀 꺾였지만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여전하다. 지난해 기록적인 증가세가 완화됐을 뿐 예년에 비해선 증가율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분기는 이사 수요가 적은 데다 연말 상여금 등으로 인해 계절적으로 가계빚이 크게 늘지 않는 시기이기도 하다.

올 들어 지난 3월까지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증가율 1.3%(17조1000억원)는 지난해에 비해 다소 완화된 것이다. 1분기 기준으로만 보면 상황이 다르다. 저(低)금리와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가계부채가 급증하기 이전인 2010~2014년 1분기 가계부채 평균 증가액은 4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올 1분기 증가액이 네 배 가까이 많다는 얘기다.

주택담보대출에서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등 깐깐해진 은행권 대신 상호저축은행 등 비(非)은행권으로 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도 여전했다. 올 1분기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조1000억원 늘었지만 비은행권은 일곱 배에 달하는 7조4000억원이 늘었다. 1분기 은행권 증가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분의 1로 급감했지만 비은행권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문소상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은행은 리스크 관리 강화와 금리 상승 기조 등으로 인해 대출 증가액이 축소됐지만 비은행은 은행권에서 넘어온 대출 수요가 더해져 지난해와 증가액 수준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올 들어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절대 증가액은 높은 편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집계하는 속보치 통계 기준 지난 4월1일부터 5월12일까지 금융회사 가계대출은 총 10조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액(12조7000억원)보다 2조7000억원 줄었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견인해온 중도금 대출의 신규 승인액이 금융회사들의 심사 강화로 줄어든 영향이다. 아파트 신규 분양이 몰렸던 2015년과 지난해 4월 중도금 대출 신규 승인액은 각각 5조5000억원, 5조9000억원이었다. 올 4월엔 3조3000억원에 그쳤다. 다만 2014년 4월(2조7000억원)에 비해선 높은 수준이라는 게 금융위의 분석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