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22일 오전 7시
[기업 재무] 유망 업종보다 '친숙한 기업' 공모주가 실속
일반인에게 친숙한 소비자 관련 업종 주가가 기업공개(IPO) 후 바이오나 정보기술(IT) 등 유망 업종보다 더 나은 성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스스로 잘 안다고 판단한 종목일수록 공모가보다 비싼 값을 내려는 경향이 강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IPO를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투자설명회(IR) 때부터 브랜드 인지도를 강조하는 전략이 공모 전후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기업 재무] 유망 업종보다 '친숙한 기업' 공모주가 실속
◆업종별 상승률 1위

KB증권 주식자본시장본부(ECM) 분석자료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IPO 시장에서 소비자 관련 업종의 상장 후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소비자 관련 업종은 일상생활에서 익숙한 브랜드 또는 상품으로 평판을 얻고 있는 기업을 말한다. 편의점업체인 BGF리테일(2014년 5월 상장), 식품업체인 해태제과식품(2016년 5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해 상장한 해태제과식품 등 소비자 관련 업종 3개사는 상장일로부터 3개월 뒤 시점에 공모가 대비 평균 29.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KB증권이 임의로 분류한 5개 업종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IT(22.7%), 바이오(17.9%), 서비스(9.9%), 제조업(5.6%) 순이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상장한 10개의 소비자 관련 업종 상승률은 평균 58.2%(상장후 3개월 기준)에 달했다. 전체 상장사 평균인 38.1%를 크게 웃도는 상승률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기업가치 분석에 뛰어난 기관투자가의 관심 정도와 상장 후 주가 상승률이 비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수요예측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업종은 바이오업종(12개사)으로 평균 386 대 1을 나타냈다. IT 업종(12개사)은 373 대 1로 두 번째로 높았고 소비자 관련 업종은 311 대 1로 3위였다. 이들 업종의 3개월 투자 수익률과 정반대 결과다. 수요예측이란 공모가 확정을 위한 절차로 기관투자가만 참여한다.

해태제과식품은 기관 예측을 크게 웃도는 주가 상승률로 시장을 놀라게 한 사례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342 대 1로 지난해 평균과 크게 차이나지 않았지만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인 1만5100원보다 63%나 비싼 2만4600원으로 치솟았다. 상장 5일째엔 무려 6만원까지 상승했다. KB증권 관계자는 “친숙한 브랜드와 사업 안정성을 갖춘 데다 성장성까지 기대할 수 있어 일반투자자의 관심이 특히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이미지 IR 중요”

KB증권은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IR 때 브랜드 인지도를 강조하는 전략이 공모 전후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KB증권 관계자는 “IPO 시장은 주식 유통시장과 달리 공정가치(fair valuation)를 추구하는 가치 투자자보다 수급 정보에 의존하는 단기 투자자가 주류”라며 “브랜드 인지도와 광범위한 소비자 기반을 강조하는 IR 전략이 장기적인 실적 개선 기대를 심어주는 것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상장 시점도 잘 선택해야 한다. IPO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연말보다 1~9월 사이 상장이 유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매년 3월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고 수개월 뒤에야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가다보니 상장이 연말에 몰리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상장기업은 모두 33개사(스팩 제외)로 1~9월을 모두 합한 35개사와 비슷했다. 여러 기업이 몰리면 시장의 관심과 자금이 분산돼 공모가와 청약 경쟁률도 다소 낮아진다.

2014~2016년 사이 4분기에 상장한 코스닥 기업들의 확정 공모가격은 희망 공모가(중간값)의 94% 수준을 나타냈다. 전체 평균 102%를 밑도는 가격이다. 평균적으로 주당 1만200원에 공모할 수 있는 주식을 4분기 상장사들은 9400원에 공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