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카메라 제조업체인 캐논 직원이 오이타공장에서 디지털카메라를 조립하고 있다. 캐논 제공
일본 카메라 제조업체인 캐논 직원이 오이타공장에서 디지털카메라를 조립하고 있다. 캐논 제공
‘국산(國産).’ ‘일본 개발!’ ‘일본 생산!’

일본 도쿄 시부야의 대형 가전제품 매장인 야마다덴키. TV, 냉장고 등 주요 진열 상품에 ‘일본 내 공장에서 생산됐다(Made in Japan)’는 점을 강조하는 문구가 붙어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한때 일본 제조업체들은 비용 절감과 해외 진출 전략에서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기는 게 ‘유행’이었다. 최근 몇 년 새 그런 분위기가 정반대로 바뀌었다.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겨보니 비용 절감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신제품 개발과 품질관리에서 ‘일본만한 곳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영향이다.

일본 정부는 공장 설립 규제 완화, 환율·노동정책 등을 통해 일본 ‘회귀’를 적극 지원하면서 생산시설 이전에 따른 ‘산업 공동화’ 우려는 먼 옛날의 기우로 치부되고 있다.
엔저에 법인세 인하까지…유턴 기업들 "일본이 기업하기 제일 좋다"
◆품질 관리엔 일본이 최고

일본 기업의 유턴이 늘고 있는 것은 우선 해외 현지의 비용 요인과 품질 관리 문제, 노동 관련 문제가 작용해서다.

일본 무역진흥기구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인건비는 최근 10년간 달러화 환산 기준으로 두 배로 높아졌다. 단위노동비용(ULC·근로자 보수/GDP)을 기준으로 2010년만 하더라도 선진국의 3분의 1~절반 이하였던 중국과 태국의 노동비용이 2012년을 기점으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추월했다.

인건비 요인 못지않게 일본 기업들이 ‘귀향’을 주저하지 않는 것은 기업 경쟁력의 근간인 품질 관리 측면에서 일본만한 생산지를 찾기 힘들다는 인식이 한몫하고 있다. 경제산업성 조사에서 유턴을 택한 이유로 환율 효과(33.3%)나 인건비 부담(21.5%) 못지않게 품질 관리 문제(21.5%), 생산기간 단축(17.2%), 기술 문제(5.4%)가 꼽혔다. 신흥국에서 계속 생산할 경우 기술 유출 등의 문제뿐 아니라 고르지 않은 노동인력 수준 탓에 일본 기업이라는 브랜드에 어울리는 제품 수준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연구개발 문제도 크게 작용

연구개발(R&D) 중심지로 ‘본토’를 포기할 수 없다는 점도 주된 이유다. 기업들의 귀환에 때맞춰 일본 기업의 전년 대비 연구개발비 증가율은 2012년 0.1%→2013년 4.7%→2014년 4.0%→2015년 4.3%로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비용 비중도 3.39%로 미국(2.76%), 독일(2.92%), 중국(1.98%) 등 주요 경쟁국을 크게 웃돌고 있다.

최근 7년 만에 OLED TV 생산을 재개하기로 한 소니는 “일본 본사 연구소에서 화상 처리 관련 기술 개발을 꾸준히 해왔기에 제품 생산을 재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디지털카메라 제품의 중국 생산 비중을 낮추고 일본 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는 캐논이나 주요 스마트폰 부품 생산을 중국에서 일본으로 옮긴 TDK 등도 같은 사례로 분석된다.

◆실효성 있는 정부 지원 정책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를 통해 엔화 약세를 유도했다. 엔화값이 떨어지면서 일본에서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충분히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해외에서 생산할 때는 엔화 약세의 덕을 보지 못해 ‘이중으로 손해’라는 인식이 일본 기업 사이에 널리 퍼졌다. 아사히신문은 “엔화 약세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일본 기업의 유턴이 안정적으로 정착되는 조건이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이런 통화정책에 힘입어 일본 제조업체의 해외 투자 증가세는 2011년을 정점으로 둔화됐다. 2011년 49.6%에 달했던 제조업체 해외 투자 증가율은 2014~2015년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2014년부터는 ‘산업경쟁력 강화법’을 시행해 연평균 40여건의 사업 재편 계획을 승인하는 등 기업 구조조정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앞서 일본은 대도시 인근 공장 규제법이었던 ‘기성 시가지 공장제한법’을 2002년에, ‘공장재배치 촉진법’을 2006년에 폐지했다. 기업이 대도시로도 유턴할 수 있도록 한 정책이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