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사회가 사외이사 위주로 꾸려지면 최고경영자(CEO)가 더 많은 연봉을 받거나 부정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EO 전횡을 막겠다고 이사회 멤버를 다수 사외이사로 구성하면 오히려 내부 정보가 차단돼 CEO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사회가 흘러갈 수 있다는 얘기다.

짐 콤스 센트럴플로리다대 교수와 데이브 캐천 어번대 교수 등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1500 기업을 조사한 결과 75%가 넘는 기업이 사내이사 1인(CEO)과 사외이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었다. 이는 2000년대 초반 에너지 기업인 엔론의 회계부정 사태 이후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이 상장 기업에 독립적 이사회를 만들 것을 요구해서다.

WSJ는 독립 이사회가 지배구조를 강화한 것은 맞지만, 사외이사가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은 틀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S&P 1500 기업의 2003년과 2014년 데이터 비교 결과에 따르면 이사회가 CEO 외에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된 회사는 해당 CEO가 비슷한 기업 CEO에 비해 보수를 연평균 81%(460만달러) 더 많이 받았다. 또 이들 기업은 재무적 위법 행위를 저지른 건수가 27% 정도 많았고, 회사 수익은 평균 10%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문제의 해결책은 결국 한두 명의 핵심 중역을 이사회에 더 넣는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조사에 따르면 이사회에 두세 명의 사내이사를 둔 경우 이런 모럴 해저드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이사회에 사내이사가 있으면 사외이사에게 CEO가 주지 않는 중요한 정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내이사들은 사외이사들이 CEO를 교체하려 할 때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WSJ는 이사회에 사내이사를 추가할 때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선택되는 경우가 많지만, 직함과 관계없이 장래 CEO가 될 가능성이 큰 임원을 포진시키는 게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