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장수기업' 뭐길래…대상 축소에 뿔난 중견기업
중소기업청이 명문장수기업 대상 범위를 축소하려고 하자 중견기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견기업연합회는 중소기업청이 지난 15일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 대상 범위를 기존 ‘모든 중견기업’에서 ‘매출 3000억원 미만 기업’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중견기업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입법예고했다며 대상 범위를 원안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의견서를 17일 제출했다.

중기청 안이 확정되면 종근당 유한양행 오리온 넥센타이어 같은 중견기업은 정부가 지정하는 명문장수기업이 될 수 없다.

◆명문장수기업 범위 축소에 반발

'명문장수기업' 뭐길래…대상 축소에 뿔난 중견기업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는 45년 이상 기업을 운영하면서 경제 및 사회적으로 기여도가 높은 업체를 선정해 홍보하고 포상하는 제도로 지난해 신설됐다. 중소기업진흥법에 근거해 애초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지난해 11월 중견기업도 명문장수기업으로 지정할 수 있는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해 오는 11월 중견기업 최초로 명문장수기업이 나온다.

중견기업계의 기대는 크다. 현재 명문장수기업이 받는 혜택은 인증, 정부 포상, 마케팅 등으로 범위가 좁지만 앞으로 지원 범위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중견련은 2014년 법정단체 자격을 얻자마자 자체 명문장수기업센터를 열고 회원사를 대상으로 준비해 왔다.

하지만 15일부터 오는 22일까지인 재입법예고 기간을 거치면서 제도의 대상 범위가 매출 3000억원 미만으로 조정됐다. 중소기업계의 주장을 반영한 것이다. 중기청은 매출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이 전체의 85%를 차지하고, 중견기업 지원정책 다수가 매출 3000억원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중소기업학회 산하 명문장수기업연구회 관계자도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는 사실상 중소기업중앙회가 10년 전부터 해 오던 포상제도를 법제화한 것”이라며 “규모가 큰 중견기업까지 대상으로 하면 이중 지원이나 마찬가지”라고 가세했다.

◆“주무부처 산업부로 바꿔달라”

중견기업계는 확인제도의 실제 대상인 업력 45년 이상 중견기업 328개 중 최근 3년간 평균 매출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은 222개로 67.6%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또 ‘중소기업 핵심 인력 성과보상기금’과 같이 중소기업 지원 축소 우려가 없거나 중견기업이 참여해 사업 활성화가 예상되는 경우 전체 중견기업까지 대상을 확대한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 영국 등의 해외 유사 인증제도에서도 기업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게 중견련 주장이다.

강호갑 중견련 회장은 “국민기업으로까지 불리는 많은 중견기업이 배제된 상태에서 선발된 대한민국 명문장수기업이 명예와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역량을 갖춘 많은 중견기업의 성장을 오히려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기회에 중견기업 주무부처를 산업통상자원부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 회장은 “중기청은 중소기업을 돌봐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다”며 “중견기업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산업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중견기업

법적으로 중소기업이 아니며 대기업(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도 아닌 기업. 3년 평균 매출이 400억~1500억원 이상, 자산은 5000억원 이상.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