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는 도시농업으로"…미국 스타트업 속속 진출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시(市)에 있는 농업회사 어반 프로듀스는 창고 속 25층짜리 선반에서 케일, 밀을 비롯한 유기농 채소를 키운다. 여기선 보통 6만5000㎡ 규모의 토지가 필요한 작물을 절반 면적에서 생산한다.

회사 특허인 ‘고밀도 수직 성장 시스템’ 덕분에 기존 재배법보다 비료 사용량을 80% 줄였고, 냉난방 연료 사용량도 대폭 줄였다. 도시 내 생산이어서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운송비도 크게 감소했다.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에드윈 호턴 주니어는 “대기 중 습기를 모아 여과수를 생산한다”며 “전기·수도 등 농사를 짓기 위한 기존 기반시설에서 탈피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많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생산지가 소비자와 가까운 ‘도시농업’ 기술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시농업이 발전하는 이유는 인구 증가 때문이다. 유엔은 2050년 세계 인구가 97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중 60~70%가 도시에 살게 된다. 짧게는 수백, 멀리는 수천㎞ 떨어진 농장에서 대규모 먹거리를 공급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 전망이다. 폭우, 가뭄 등 기상이변은 안정적인 공급을 막는다.

이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과 각국 정부가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도시에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는 새롭고 경제적인 식량 재배 방법을 찾고 있다. 수평 대신 수직 재배에 주목한 기업들은 흙 없는 재배,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생산관리 기법을 도입했다. 벽, 옥상, 발코니, 부엌 등 도시 내 작은 공간에서도 채소를 생산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도 기술력 있는 기업들이 도시농업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농민들의 반대가 크다. 팜한농(옛 동부팜한농)은 2012년 말 경기 화성시 화옹간척지에 15만㎡ 규모의 첨단유리온실 단지를 완공했으나 농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사업을 접었다. LG CNS는 지난해 ‘새만금 스마트팜 단지’ 조성을 추진하다가 철회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