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제일은행…이름 바꿨더니 실적도 '부활'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가 은행 이름에 ‘제일’을 다시 달면서 부활하고 있다. 2012년 초 ‘제일’이란 상호를 버린 뒤 떠나간 고객들이 지난해 4월 ‘SC제일은행’으로 바꾼 이후 다시 돌아오고 있다. 실적도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사진)이 은행의 이름과 역사를 특히 중시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심리를 영국 본사에 알리고 설득한 덕분이다.

SC제일은행은 지난 1분기 10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고 15일 발표했다. 이 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292억원)보다 348% 증가했으며, 2012년 1분기(1383억원) 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턴어라운드에 대해 박 행장은 “지난해 4월 은행명을 바꾼 이후 과거 상호였던 제일은행의 인지도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적 인지도와 신뢰도가 동시에 올라가면서 떠났던 고객이 돌아오고 새로운 고객도 대폭 늘었다”고 전했다.
돌아온 제일은행…이름 바꿨더니 실적도 '부활'
영국계 은행인 SC그룹이 제일은행을 인수한 것은 2005년 4월이다. 사모펀드인 뉴브리지캐피털로부터 지분 51%, 정부로부터 지분 49% 등 100%를 사들였다. 투입한 자금은 3조4000억원이었다. SC그룹은 그해 9월 은행명을 SC제일은행으로 정했다.

SC그룹은 그러나 글로벌 통일성을 기한다는 이유로 2012년 1월 SC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전 세계 SC그룹 산하 은행 중 지역은행 이름을 함께 쓰는 곳은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은행 이름을 바꾼 뒤 실적이 급전직하하기 시작했다. SC은행의 순이익은 2010년 3438억원, 2011년 2719억원에서 2012년 1949억원, 2013년엔 1169억원으로 줄었다. 급기야 2014년엔 98억원의 순손실로 돌아섰고 2015년엔 순손실이 2695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었다.

특히 중금리 대출상품 ‘셀렉트론’이 SC의 발목을 잡았다. 연 10~15%의 금리로 5~7등급 신용자에게 1금융권 대출을 제공한다는 목적 아래 탄생한 이 상품은 2012년 무렵부터 부실화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SC은행은 한동안 기업금융에만 치중하기도 했다.

박 행장은 하지만 고객이 떠나가는 게 더 크고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는 “다시 소매금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익숙한 ‘제일’ 이름을 부활시킬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박 행장은 지속적으로 영국 본사를 설득했다. 결국 2016년 4월 SC제일은행으로 이름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전 세계 SC 계열사 중 ‘제일’과 같은 로컬 명칭을 함께 쓰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효과는 바로 나타나고 있다. SC제일은행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은행 이용자 중 SC제일은행 이용자 비율은 2015년 말 6.6%에서 10.7%로 4.1%포인트 올라갔다. 주거래 은행으로 이용하는 비율은 1.8%에서 3.6%로 두 배 높아졌다. 최초 상기도(여러 가지 경쟁 브랜드 중 맨 처음 떠올리는 브랜드)도 2.2%에서 4.9%로 올라갔다.

박 행장은 “앞으로 소매금융을 더욱 강화해 입지를 탄탄히 하겠다”고 밝혔다. SC제일은행은 태블릿PC를 든 직원이 고객을 직접 찾아가 금융거래를 돕는 ‘찾아가는 뱅킹서비스’와 야간에도 영업하는 편의점형 금융점포 ‘뱅크샵’ 등을 다른 은행에 앞서 도입했다. 박 행장은 “카드·유통·제조·서비스업 등 경계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업종과 협업하는 초융합형 점포를 꾸려 SC제일은행만의 뱅킹서비스를 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