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산업 개척자' 이회림의 기업가 정신을 되새기다
“화학은 우리나라가 가난을 벗어던질 수 있는 첨단산업입니다.”

12일 오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송암(松巖) 100년, 아름다운 개성상인 이회림’ 기념식. OCI 창업주 이회림(사진)의 삶을 조명한 8분짜리 동영상은 이렇게 시작됐다. 꼭 100년 전 개성시 만월동에서 태어난 이 창업주는 송도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에서 비단가게 점원으로 일을 배웠다. 신용을 중시하는 개성상인의 정신을 익힌 것도 그때부터다. 스무 살 되던 해, 포목도매회사 건복상회를 세워 사업가로서의 70년 여정을 시작했다. 1951년 무역회사 개풍상사를 설립해 국내 기업 중 수출 실적 1, 2위를 다툴 만큼 사세를 키웠다. 그는 “사업 발전을 위해서는 금융업이 필요하다”며 서울은행 창립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창업주는 1959년 OCI의 전신인 동양화학을 세우며 화학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첨단산업이라는 이유에서였다. 1968년에는 인천 남구 학익동 앞바다를 매립해 80만평(약 264만4628㎡) 규모의 소다회 공장을 준공해 불모지와 다름없던 국내 화학산업을 개척했다. 이후 40여년간 화학산업에 매진한 끝에 재계 서열 24위의 화학기업 OCI를 키워냈다.

이 창업주는 교육과 문화사업 애착이 남달랐다. 1979년 재단법인 회림육영재단을 세워 학술·문화 연구비 지원활동을 했고, 1982년에는 인천 송도학원 이사장으로 취임해 송도중·고등학교를 운영했다. 2005년엔 평생 모은 문화재 8400여 점과 인천 공장 인근 송암미술관을 인천시에 기증하기도 했다.

이 창업주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기업가정신을 기리기 위해 열린 이날 행사에는 정원식, 이홍구, 한승수 전 국무총리 등 정·관계 인사를 비롯해 박병원 경영자총협회 회장, 김인호 무역협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재계에선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구자열 LS그룹 회장, 박용성 전 두산중공업 회장 등이 함께했다. 이수영 OCI 회장은 가족 대표 인사말을 통해 “선친께서는 평생 신용과 검소, 성실이라는 개성상인의 3대 덕목을 실천한 청렴한 기업인이었다”고 말했다.

이 창업주의 자택 터에 들어선 서울 수송동 OCI미술관에선 한국 미술에 대한 그의 각별한 애정을 담아낸 ‘그 집’ 전(展)이 7월1일까지 열린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