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내건 금융공약 현실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른바 ‘J노믹스(문 대통령 경제철학)’ 가운데 금융공약의 핵심은 ‘빈곤 탈출’이다. 이를 위해 서민·취약계층 빚을 탕감해주고, 대부업체가 받을 수 있는 법정 최고이자율을 대폭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오히려 서민·취약계층을 불법 사금융으로 내모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의 금융공약은 크게 세 가지다. 금융권 채무가 1000만원을 넘지 않는 연체자의 빚을 탕감해 주고 법정 최고이자율과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한다는 게 골자다.
'J노믹스 금융정책' 시작 전 부터 논란
문 대통령은 대선 유세기간에 서민·취약계층 채무자 203만명의 빚 22조원가량을 탕감해주겠다고 했으나 공약집에서는 탕감 범위를 조금 좁혔다.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를 재조정받고 있는 10년 이상 장기 연체자 100만명(연체채무 약 11조원)으로 범위를 한정했다. 문 대통령은 도덕적 해이를 키울 것이라는 지적에 “채무감면은 연체자의 나이, 소득, 재산 등을 면밀히 심사해 시행하고 채무감면 후 미신고 재산·소득이 발견되면 채무감면을 무효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채무탕감 공약이 정책으로 시행되는 과정에서 논란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는 여전하다. 막대한 규모의 채무탕감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지적과 도덕적 해이를 키울 것이란 지적이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채를 탕감해주면 채무자들에게 돈을 벌어 빚을 갚겠다는 의지보다 또 다른 부채 탕감정책을 기대하게 만들 것”이라며 “성실히 빚을 갚는 사람과의 역차별 문제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계속 빚을 갚아주면 금융회사도 대출심사를 등한시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대부업의 법정 최고이자율을 연 27.9%에서 연 20%로 낮추겠다는 정책도 우려가 크다. 당장 대부업체들이 대출심사를 더 깐깐히 하게 되고, 결국 저신용자들이 ‘대출 절벽’에 몰릴 것이란 지적이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이자율 상한선이 낮아지면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서민층이 대출받을 수 있는 시장이 아예 사라질 것”이라며 “대출이 어려워지면 불법사채 시장으로 저신용자가 몰리는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부업 최고금리를 연 20%로 인하한다는 공약은 그 이상의 금리를 감내하면서 대출받고자 하는 서민·취약계층은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문제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공약도 논란을 빚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영세가맹점과 중소가맹점 분류기준을 높이고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1.3%에서 1.0%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생각하면 카드 사용이 많은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이 영세 가맹점보다 낮아야 한다”며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이후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을 정부가 직접 정하면서 시장 가격체계에 왜곡이 발생했는데 이번 공약이 실행되면 더 큰 왜곡이 빚어질 것”이라고 했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민 보호 등 소득 재분배 이슈는 복지정책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라며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과 법정 최고이자율을 낮추는 정책은 추진 의도와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