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청년수당 지원에 나서면서 곳곳에서 ‘중복 복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 와중에 대선후보들은 청년수당 지급 공약을 내걸었다. 사업 조정을 통해 형평성을 맞추고, 복지 재정을 효율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남시에서 주는데…경기도에서 또 주겠다는 '청년수당'
청년수당 중복 지원 우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는 최근 “성남시의 청년배당 수혜자가 경기도의 청년구직지원금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경기도에 공식 요청했다. 지난해 1월 시행된 성남시의 청년배당 사업이 오는 7월 시작되는 경기도의 청년구직지원금 사업과 중복 정책으로 간주돼 경기도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관측에 따른 조치다.

성남시가 지난해 1월 복지부의 반대에도 강행한 청년배당 사업은 3년 이상 성남시에 거주한 만 24세 청년에게 분기마다 25만원(성남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경기도의 청년구직지원금 사업은 도에 1년 이상 거주한 만 18~34세 미취업 청년 중 중위소득(2017년·1인 가구 기준 약 165만원) 80% 이하에게 구직활동 지원 명목으로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지급하는 제도다.

경기도가 성남시의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성남시 청년 중 일부는 성남시에서 청년배당으로 분기당 25만원을, 경기도에서 구직지원금으로 월 50만원을 함께 받을 수 있게 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성남시와 경기도의 지원 대상자가 일부 중복되는 것은 분명하다”며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복지부의 의견을 먼저 듣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그러나 중복 사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성남시 측은 “경기도의 사업은 중위소득 80% 이하 가구의 미취업 청년이 대상이고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소득 수준이나 취업 여부와 관계없이 특정 연령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난감한 상황이다. 지난해 1월 ‘성남시의 청년배당 사업을 무효로 해달라’며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아직 판결이 나오기 전이어서 두 사업의 중복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선후보들도 가세…“청년수당 줄 것”

인천시가 추진 중인 ‘청년 사회진출 지원’ 사업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부로 시작된 청년희망재단의 ‘면접비용 지급’ 사업과 겹친다는 것이 국회 입법조사처의 지적이다. 두 사업 모두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3단계)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다. 경상북도, 부산시, 대전시, 광주시 등도 비슷한 청년 지원 사업을 준비 중이다.

대선후보들도 가세해 청년수당 중복 지원 문제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청년구직 촉진수당’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취업준비생(18~34세)을 대상으로 중앙 및 지방정부의 공공 고용서비스에 참여하면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5~34세 구직 청년들에게 1인당 월 30만원씩, 6개월간 총 180만원의 훈련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근로 능력이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구직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의 자체 복지 사업 중 유사·중복 사업이 1000여개에 달해 비효율이 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복지를 위해 사업 정비를 통한 재정 효율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