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운데)가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대선승리·노동존중 정책연대 협약 체결식’을 열고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운데)가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대선승리·노동존중 정책연대 협약 체결식’을 열고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대기업은 대선후보들이 내건 경제 공약 중 재벌 개혁을 위한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위원회 권한 강화 등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외부의 경영권 위협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연간 2100시간→1800시간)과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 노동 공약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가장 걱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선후보 공약 비교] "대기업은 상법 개정안 시행, 중기는 근로시간 단축 가장 우려"
상법 개정안 ‘태풍의 눈’

한국경제신문이 1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5단체 실무자, 한국경제법학회 소속 상법 및 공정거래법 전문가 등과 함께 ‘국내 기업들이 우려하는 주요 대선후보 공약’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대기업이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는 상법 개정안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임(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인적분할시 자사주 신주배정 금지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의 법률 개정안이다.
[대선후보 공약 비교] "대기업은 상법 개정안 시행, 중기는 근로시간 단축 가장 우려"
여론조사 1, 2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이들 상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대부분 대선 공약에 포함시키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등기이사를 선출할 때 후보별로 1주당 1표씩 던지는 게 아니라 1주당 뽑을 이사 수만큼의 투표권을 부여해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줄 수 있도록 하는 소수 주주권 보장 제도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 지분 30%(또는 50%) 이상을 보유한 모기업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할 수 있게 감사위원과 등기이사를 분리 선출하도록 하는 것으로 다른 나라에 거의 전례가 없는 제도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오른쪽)가 제127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은 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노동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오른쪽)가 제127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은 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노동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 같은 상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경영권 보호를 위한 방어권 도입 없이 소수 주주권만 확대할 경우 한국 기업은 해외 투기 세력의 경영권 공격에 상시적으로 시달릴 것”(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이라는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기업들은 또 공정거래위원회 권한 강화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가뜩이나 기존 조사권이나 과징금 부과 등 권한이 막강한 터에 조사국 신설 등의 공약이 시행되면 과잉 조사와 규제가 남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경제법학회 소속 대학교수 18명을 대상으로 공정위 권한 강화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반대 의견이 55.6%(10명)로 찬성 의견(33.3%)을 크게 웃돌았다. 상법 개정안과 지주회사 규제 등 지배구조 개선 공약에 대해서도 전체 응답자의 77.4%(14명)가 ‘과도한 기업 규제’ 또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들도 ‘죽을 맛’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의 노동 관련 공약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대선후보들의 주장에 대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오히려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고 직원들의 업무량도 늘어나 회사와 근로자 모두 손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간당 최저임금(2017년 6470원)을 수년 내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방안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저성장 저금리 여건에서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비율로 임금을 올리면 최저임금 근로자를 상대적으로 많이 고용하는 중소·영세기업 및 자영업자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반론이 팽배한 상황이다.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청년 고용 대책, 사내 하도급 제한 등의 공약도 중소기업엔 적잖은 부담으로 지목됐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선후보들이 중소기업 근로자와 대기업 비정규직의 임금과 복지 수준을 대폭 끌어올리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호응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