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시장 지각변동
미국의 셰일원유업계가 증산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늘리면서 세계 1위 산유국 지위까지 넘보고 있다. 국제 유가의 상한선도 미국 셰일업계의 평균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50달러대로 굳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평균 925만2000배럴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가 바닥을 찍은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만에 9.8% 늘면서 2015년 6월에 세운 역대 최대 기록(961만배럴)에 다가섰다. 에너지인텔리전스그룹 집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난달 산유량은 하루평균 990만배럴, 러시아는 1106만4000배럴이었다. 여전히 미국보다 많지만 미국은 산유량 감산 합의에 매여 있지 않아 추월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외신은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와 이로 인한 재고 급증 우려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도의 감산효과를 상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OPEC 주도의 감산 덕분에 미국이 국제 유가의 결정권을 쥔 ‘스윙스테이트’로서의 지위를 더욱 확실하게 굳히고 있다는 시각을 내놨다.

오는 6월로 끝나는 산유국의 감산이 연장되면 미국의 산유량이 늘면서 유가 인상을 억제하고, 연장에 실패하면 유가 하락으로 셰일원유 생산이 줄면서 공급량이 조절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골드만삭스가 최근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55달러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51%로 절반을 넘었다. 약세(45~50달러)와 강세(55~60달러)를 예측한 비율은 21%로 같았다. OPEC과 러시아 등의 감산 연장이 이어지더라도 급격한 가격 변동 없이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 전문가를 인용, “공급 우위의 시장상황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무위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미국의 급격한 셰일원유 생산량 증가가 OPEC의 가격 인상 시도를 붕괴시키면서 최악의 가격 폭락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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