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칼럼] 누가 당선돼도 걱정인 경제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우리 경제의 활기를 되찾는 일이다. 그러나 후보들의 경제공약에 비추어 누가 당선돼도 걱정이다.

첫째, 민간 활력을 북돋우기보다 정부가 모든 걸 챙기겠다는 과욕이 드러나 있다. 다들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기조를 천명하지만, 정작 규제를 완화하는 공약은 눈에 띄지 않는다. 업종 지정, 입지 제한, 이자·수수료·임대료 억제, 성과 공유, 고용 할당, 의결권 제한, 퇴근시간 준수 등 규제 강화 약속만 잔뜩 나열됐다. 6년 가까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반대해놓곤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이율 배반의 모습도 보인다.

대부분 후보가 제시한 청년고용할당제는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일감은 그대로인데 일자리만 늘리면 ‘영합(zero-sum)게임’의 숫자놀음에 그친다. 산고 끝에 태동한 임금피크제와 성과급제를 폐기하겠다는 후보도 있다. 우리 근로자 임금의 연공(年功)성은 세계에서 가장 높아 유럽연합(EU) 평균의 2배나 된다. 근로자가 생산성을 끌어올릴 유인이 약할 수밖에 없다. 기존 취업자의 기득권을 완화하지 않고 신규 취업자를 늘리는 요술 방망이는 없다.

어느 후보는 정부가 중소기업의 구매자가 되고 심지어 마케팅까지 대행하는 온정을 베풀겠다고 한다.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소기업금융에 대한 정부 보증 비율은 5.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위에 이른다. 좀비처럼 정부 지원에 연명하는 한계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 기업 규모가 아니라 기업의 생애주기별로 지원과 규제를 차별화해야 성과를 높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45세 이하 청년 취업농가에 5년간 월 100만원, 농민에겐 기본소득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후보도 있다. 우리 농가소득 중 정부 지원 비중은 52%로 OECD 평균의 3배에 이르며, EU 평균인 20%보다 훨씬 높다. 이처럼 지원 일변도로만 치달으면 농업의 자생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적극 행사 공약은 또 어떤가. ‘큰손’인 국민연금은 이제 여러 상장기업의 대주주가 됐다. 그런 만큼 자칫 기업 경영이 정부 입김에 휘둘리지 않도록 거꾸로 국민연금 의결권의 제어장치를 고민할 시점이다.

둘째, 4차 산업혁명 등 경제여건 진화에 역행하는 공약도 수두룩하다. 경찰관, 소방관, 근로감독관 등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복안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로봇, 드론, 사물인터넷 등에 의해 인력이 절감될 가능성이 높은 직종이다. 고용 경직성이 강한 공무원을 한꺼번에 이처럼 많이 뽑으면 그 인건비는 ‘매몰비용’이 돼 우리 경제에 깊은 주름살을 남길 것이다.

모든 후보가 내세운 정규직 고용 원칙도 독립형 일자리, 공유경제, 주문형 서비스 확산 등 시대 흐름과 어긋난다. 근로시간 특례와 제외 업종의 축소 공약 역시 맥을 잘못 짚었다.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면 기획·연구·전문직 등 ‘화이트칼라’ 외에 근로시간 적용을 면제해야 할 직종은 도리어 늘어나야 한다.

셋째, 소득세 누진체계 강화로 분배를 개선하겠다는 후보들 인식이 잘못됐다. 근로소득 상위 19%가 세금 90%를 내고 하위 47%는 아예 면세된다. 종합소득은 상위 8.6%가 세금 87%를 부담한다. 현재도 극단적인 편중이다. 시장소득 10분위 배율은 우리(16.6)가 영국(36.1)보다 낮다. 그런데도 소득세 10분위 배율(749.5)은 영국(44.3)보다 훨씬 높다. 지나친 공제와 면세로 누진성은 높아졌으나 분배 효과는 오히려 줄었다. 그럼에도 일부 대선후보는 소득세 최고세율(40%)이 적용되는 대상을 기존 연소득(과표 기준) 5억원 초과에서 3억원 초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이보다는 중산층까지 제대로 과세해 ‘넓은 세원’을 확보하는 게 분배 개선의 지름길이다.

누가 당선되든 선심 공약의 과감한 손질이 불가피하다. 유권자도 정론 복귀가 그나마 쉬울 책임 있는 후보를 고르는 수고를 아끼지 말자.

박재완 < 성균관대 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