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핵 문제 지원에 따른 ‘청구서’를 내민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가 하면, 또 다른 쪽에선 펜스 부통령이 ‘재협상(renegotiation)’ 대신 ‘개선(reform)’이라는 용어를 쓴 점을 들어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도 미국 통상압력의 타깃임이 재차 확인됐다는 점이다.

통상 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대규모 무역적자국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 만큼 정부가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강구하는 건 당연하다. 다만 그것이 한·미 FTA에 대한 개선이든 재협상이든 한국이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FTA가 발효된 5년 전에 비해 미국의 무역적자가 더 늘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미국 내에서조차 일방적 해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점은 차치해 두자. 주목할 것은 미국과는 완전히 다른 국내 분위기다. 5년 전 한·미 FTA를 ‘한국 경제를 거덜 낼 협정’이라며 반대투쟁을 선동하던 이들은 다 어디로 갔나. 지난 5년간 한·미 FTA 성과는 반대론자들의 주장과는 정반대다. 과거 과자·바나나·유통·영화시장 등의 개방, 대일(對日) 역조를 겨냥했던 수입처다변화제도의 폐지 등과 마찬가지로 한·미 FTA 또한 한국 산업에 날개를 달아줬다.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을 늘리고, 소비자 후생을 키운 건 다 이런 개방 덕이다. 개방해서 망한 분야는 하나도 없다.

미국이 한·미 FTA 개정 시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슈들을 봐도 그렇다. 미 의회는 그동안 한국 측에 FTA의 완전한 이행을 주장하며 약값 결정의 투명성 제고, 법률서비스 시장 개방, 불법 소프트웨어 금지, 금융 규제 해소 등을 지적해 왔다. 이 부분들은 미국의 요구를 떠나 한국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개선이 절실하다. 일각에서 예상하는 소고기 시장개방 확대, 검역 규정 완화, 쌀 관세율 인하 문제 등도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긴 마찬가지다. 한·미 FTA 개선이든 재협상이든,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다는 당당한 원칙으로 임하자. 어떤 FTA든 한국을 더 강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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