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가장 많이 들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채무 재조정 안에 찬성하면서 대우조선이 한고비를 넘겼다. 이제 남은 것은 오는 우정사업본부·사학연금·증권사 등 다른 30여 개 기관투자자들의 동의를 얻는 일이다.

오는 17∼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 재조정안이 모두 가결되면 대우조선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신규 자금 2조9000억원을 지원받아 유동성 위기를 넘기게 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조선 회사채(전체 1조3500억원)를 보유한 기관투자자는 모두 32곳이다.

이들 투자자가 회사채 50%를 주식으로 바꿔 받고(출자전환), 나머지 50%는 만기를 3년 연장해달라는 채무 재조정 안에 찬성해야 대우조선은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Pre-packaged Plan)을 피할 수 있게 된다.

P플랜은 법정관리의 장점인 법원의 강제성 있는 채무조정과 워크아웃의 신규 자금 지원 기능을 결합한 것으로, 회생에 방점을 찍은 구조조정 수단이다.

그러나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제도인 데다 P플랜 돌입 시 선박 발주 취소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기관투자자 가운데 대우조선 회사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국민연금으로 3800억(28%)∼3900억원(29%)가량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으로는 우정사업본부(1600억원), 사학연금(1000억원), 신협(900억원), KB자산운용(600억원), 수협중앙회(600억원) 순서로 보유액이 많다.

교보생명(400억원), 하이투자증권(400억원), 하나금융투자(300억원), 현대해상(200억원), 한화투자증권(200억원) 등 보험·증권사도 대우조선 회사채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중앙회(400억원)와 한국증권금융(200억원)은 지난주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열어 채무 재조정 찬성 입장을 결정했다.

400억원을 보유한 농협중앙회도 찬성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일부 기관투자자가 찬성했다고 해서 안심하기 어려운 것은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 재조정안이 가결되려면 5개 회차에서 따로따로 참석 채권액의 3분의 2, 전체 채권액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는 17일 오후 2시에 열리는 두 번째 사채권자 집회는 올해 11월 만기 회사채 2000억원의 채무 재조정을 위한 것이다.

11월 만기 회사채 275억원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다고 해도 국민연금보다 더 많은 회사채를 들고 있는 우정사업본부(490억원)·수협(400억원) 등이 반대표를 가결이 어려워진다.

그러나 그간 국민연금의 선택만 바라보고 있던 기관투자자들이 국민연금 결정을 따라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2000명에 달하는 개인 투자자들도 있다.

대우조선은 팀을 꾸려 일일이 개인투자자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해왔다.

사채권자 집회를 넘긴 이후엔 기업어음(CP) 투자자 동의를 따로 받아야 한다.

대우조선이 발행한 CP는 총 2000억원으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에 100억 원 단위로 팔려 나갔다.

이 중 우정사업본부가 3분의 1을 쥐고 있다. CP 발행 규모는 회사채보다 작지만, 동의를 얻기는 더 까다롭다. 모든 채권자에게 일일이 동의서를 받아야 해서다.

CP 투자자들은 일단 사채권자 집회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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