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수은, 기관투자자 32곳에 '회사채 상환 이행 확약서' 발송
임종룡 "국민연금도 최선 다해…기관투자자 설득 지속할 것"
정부, P플랜 준비 완료…실업·지역경제 충격 완화방안 준비


대우조선해양 '운명의 날'인 사채권자 집회를 하루 앞두고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의 채무 재조정 협상이 진전된 모습을 보이면서 타결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6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민연금과 상당 부분 공감대가 형상됐다"며 "이른 시일 안에 좋은 결론이 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오후 2시 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이어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이 가능한 최대한의 방안을 제시한 만큼 (국민연금을 비롯한) 회사채 투자자들의 합리적 결정을 당부드린다"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전 산은·수은이 대우조선 회사채와 기업어음(CP) 투자자들에게 '회사채 및 CP 상환을 위한 이행 확약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확약서를 받은 회사채 투자자들이 17∼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회사채 1조3천500억원 가운데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만기를 3년 연장한다는 채무 재조정 안에 동의해야 대우조선은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Pre-packaged Plan) 행을 피할 수 있게 된다.

확약서에는 회사채 상환을 위해 별도의 계좌(에스크로 계좌)를 만들어 만기가 돌아오기 전에 미리 돈을 예치해두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이 오는 21일 만기가 돌아오는 대우조선 회사채 만기를 연장해준다면 대우조선은 2020년 7월 21일부터 회사채를 분할 상환해야 한다.

이 경우 2020년 6월 말에 상환을 위한 자금을 미리 계좌에 넣어둬 다른 용도로 쓰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은 회사 명의로 따로 계좌를 만들어 회사가 청산됐을 때 회사채 투자자들이 챙길 수 있는 청산가치(회수율 6.6% 추정)인 1천억원을 입금해두기로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상황에서의 청산가치를 보장할 테니 대우조선이 정상화를 추진할 기회를 달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수은은 사채권자들의 회사채 상환이 모두 끝나는 2023년 4월까지 신규자금(2조9천억원) 지원 기한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우조선에 자체 자금이 부족하다면 2조9천억원 범위 내에서 돈을 꺼내 회사채를 갚게 된다.

또 내년부터 매년 대우조선을 실사해 대우조선이 회사채 상환 능력이 있다고 확인되는 경우, 조기 상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부 기관투자자가 대우조선 채무조정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부분의 투자자는 아직 유보적 입장이다.

국민연금은 이날 오후 투자위원회를 열어 채무 재조정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내일 사채권자 집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지난 13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전격 면담 이후에도 양측의 협상은 부침을 겪었지만, 국민연금은 지난 15일 산은이 보낸 추가 제안이 '진일보'한 것이라고 보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임 위원장은 "국민연금이 기금 관리자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모든 측면과 대안을 확인해보는 것은 기관 입장에선 거쳐야 할 과정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채권자 집회와 관련한) 모든 것이 국민연금에 달려있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다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득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채무 재조정 성공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면서도 실패 시 대우조선을 즉시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Pre-packaged Plan)에 보낼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채권자 집회가 부결될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당국과 산은은 P플랜 돌입을 위한 준비를 마무리한 상태다.

정부는 이날 오후 3시부터 관계부처가 참석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분과회의, 기업구조조정 분과 회의를 연달아 열어 P플랜 준비작업을 최종 점검한다.

임 위원장은 "P플랜 시 선박 발주계약 취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요 선주에 사전설명을 하고 주채권은행에 협조요청문(컴포트 레터·comfort letter)을 발송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관계부처가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 협력업체의 일시적 자금부족 가능성 등에 대비한 실업·지역경제 충격 완화방안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사채권자 집회가 부결될 경우 오는 21일을 전후로 대우조선을 P플랜으로 보낼 예정이다.

P플랜시 대우조선의 주식 거래 재개 가능성에 대해 임 위원장은 "최대한 신속하게 법정관리를 끝내는 것에 P플랜"이라며 "P플랜에 들어가더라도 감사의견 한정 사유를 해소해 하반기 내로 주식 거래가 재개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