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간 다자무역의 가장 큰 수혜자였던 한국이 보호무역주의로 위축된 다자무역을 되살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와 서울대 국제대학원은 13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 타워에서 '한국의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가입 50주년 기념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토론자들은 "우리나라는 GATT를 통한 다자간 무역자유화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나라"라면서 "앞으로 다자무역체제를 회생시키는 데 있어 적극적인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전신인 GATT는 관세장벽과 수출입 제한을 없애고 국제무역과 물자교류를 증진하고자 1947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을 비롯한 23개국이 조인한 무역협정이다.

우리나라는 1967년 4월 14일 가입이 승인되면서 71번째로 체제에 편입했다.

그러나 GATT 출범 이후 사실상 다자간 무역체제를 이끌어온 미국이 최근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선회하면서 다자·자유무역에 관한 논의가 힘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유럽연합(EU)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자체 문제 해결에도 여념이 없고, 중국이나 인도 등 주요 신흥국도 아직 다자 차원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이럴 때 한국과 같은 중진 무역대국이 다자간 무역체제를 재강화해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기 위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인호 무역협회 회장은 "한국은 다자간 무역자유화에 동참하는 목적과 효과를 모범적으로 보여준 '롤모델'"이라며 "앞으로 더 높은 수준의 포괄적 개방을 지향하며 우리 경제의 성장해법 또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한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역을 확대해 나가야만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통상정책은 미래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 중의 하나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업인 대표로 토론에 참가한 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은 "자유무역 체제의 지속적인 발전, 외국인 투자유치, 기술·인력교류 확대 등을 통해 경제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태희 산업부 차관은 "WTO를 부당한 무역제한조치 대응 채널로 활용하고 다자무역협상을 계속 추진해나가되 무역자유화에 따른 피해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