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때때 변하는 등산로…최적의 길 안내"
등산로는 변화무쌍한 공간이다. 본래는 길이 아니더라도 등산객들이 다니기 시작하면 그곳이 곧 등산로가 된다. 길이던 곳도 큰 비가 오면 쓸려 사라지기 십상이다. 국내 최초 등산용 내비게이션 앱(응용프로그램) ‘트랭글’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등산로를 안내하는 기능을 갖췄다. 등산 중 스마트폰을 계속 쳐다보며 걷지 않아도 되도록 음성 위주로 길을 안내한다. 트랭글을 내놓은 중소기업 비글의 장치국 대표(사진)는 12일 “트랭글을 사용하는 등산객들의 위성항법장치(GPS) 정보를 분석해 등산로를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글은 내비게이션업계에서 일하던 장 대표가 2005년 설립한 회사다.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이 빠르게 포화되는 것을 보고 해외 시장을 노렸다. 삼성전자로부터 과제를 받아 개발한 수출용 내비게이션 출시가 초읽기에 들어간 2009년 구글이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내비게이션 기능을 갖춘 구글 맵을 전 세계에 무료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4년간 공들인 사업이 물거품되는 순간이었다.

장 대표는 등산로에서 길을 찾지 못해 헤매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간 쌓아온 기술력으로 등산용 내비게이션에 도전했다. 국내에서는 아무도 하지 않은 시도였다. 2010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옴니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국내 첫 등산용 내비게이션 ‘셀파’를 내놨다. 장 대표는 “국내 유명 국립공원 등산로만 지원하는 수준이었지만 등산객들로부터 반응이 좋아 셀파에 이어 트랭글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트랭글은 이달 대형 업데이트로 전국 4500개 산봉우리 등산로를 안내할 수 있도록 했다. 앱스토어에서 200만명 이상이 다운로드해 사용 중이다. 장 대표는 “사용자의 최근 4~5회 등산 기록을 분석해 새로 오를 산의 예상 완주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이 가장 호응이 좋다”며 “정상에 오른 뒤 주차한 곳과 가까운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을 안내하는 기능도 인기”라고 설명했다.

비글은 트랭글로 수집한 사용자들의 빅데이터를 이용한 신사업을 계획 중이다. 가령 자신이 최근에 등산한 데이터를 트레드밀(러닝머신)에 입력하면 속도와 경사를 재현해 주는 식이다. 지인이 다녀온 등산 기록을 가져와 경쟁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정용 피트니스 자전거에도 접목을 계획 중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장 대표는 “병원은 물론 근로자 건강에 관심이 많은 기업들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