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
인도 전자상거래시장을 놓고 글로벌 정보기술(IT) 분야 ‘거인’인 일본 소프트뱅크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미국 아마존 간 정면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프트뱅크가 인도 1, 2위 전자상거래업체 플립카트와 스냅딜을 합병해 인도 시장에서 아마존의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인도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 간 경쟁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점유율 70% ‘공룡’ 등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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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소프트뱅크가 인도 양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스냅딜과 플립카트를 합병해 아마존과의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플립카트에 스냅딜 지분을 10억달러(약 1조1422억원)에 매각하는 협상을 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2014년 스냅딜에 6억270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스냅딜 모회사인 재스퍼인포테크 지분 35%를 보유하고 있다.

스냅딜 지분 매각 을 위해 소프트뱅크는 플립카트의 최대 투자자인 미국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 등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매각협상이 이미 상당히 진척된 상태로 알려졌다. 두 회사가 합병되면 양사의 인도 전자상거래시장 점유율은 71%(2015년 기준)에 이르게 된다.

인도 매체 더타임스오브인디아는 “스냅딜과 플립카트 간 합병이 이뤄지면 소프트뱅크가 15억달러가량을 투자해 합병법인 지분 15%가량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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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가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 판도를 바꿀 대형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인도시장에서 포석을 넓혀가는 아마존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아마존의 인도시장 점유율은 12% 수준으로 플립카트나 스냅딜에 비해 아직 많이 뒤처져 있지만 판세를 역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인도 전자상거래시장을 장악하겠다며 50억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시장에선 플립카트와 스냅딜이 합병으로까지 이어질지 좀 더 두고보겠다는 시각이 많다. 스냅딜 설립자인 쿠날 발과 로빗 반살을 비롯해 스냅딜의 소액주주 상당수도 합병을 반대하고 있다.

◆플립카트, MS 등에서 14억달러 유치

인구 12억명이 넘는 인도시장은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고속성장을 이어가는 대표적 지역으로 꼽힌다. 인도 시장정보업체 e마케터 추산에 따르면 2013년 35억9000만달러에 불과하던 인도의 소매 전자상거래 규모는 올해 141억8000만달러, 2018년 175억20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메릴린치는 2025년까지 800억~10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높은 성장성에 힘입어 적자 상태인데도 인도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 플립카트, 스냅딜, 아마존 3사가 인도에서 총 14억달러(약 938억루피)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플립카트의 기업가치는 116억달러, 스냅딜은 65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관련 업체들의 대(對)인도 투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이베이, 중국 텐센트 등은 이날 플립카트에 14억달러를 투자했다. 소프트뱅크는 전자상거래 분야를 중심으로 향후 10년간 인도에 최대 1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