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경제학회 주최 ‘4차 산업혁명 시대 청년 일자리 정책 토론회’가 10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채창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오른쪽)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과 직업 능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한국노동경제학회 주최 ‘4차 산업혁명 시대 청년 일자리 정책 토론회’가 10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채창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오른쪽)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과 직업 능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감소는 기술혁명 탓이 아니라 뒤떨어진 법과 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노동시장 개혁,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차기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의 알맹이 없는 일자리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안정적인 일자리 정책 필요”

한국노동경제학회(회장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10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청년 일자리 정책’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정부 관계자와 노동시장·교육·복지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은 “4차 산업혁명으로 경제의 역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이런 때일수록 일자리 정책을 포함한 거시경제의 안정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된 정책으로 발목을 잡힌 아르헨티나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며 “임금 인상 등 내수 진작으로 고용 창출을 도모하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물적·인적 투자를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0년간 청년 취업자 감소와 고연령층의 경제활동 증가는 세대 간 경쟁 때문이 아니었다”며 “기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경제 주체와 제도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세대 간 문제라는 잘못된 분석이 있었기 때문에 해결책도 무용지물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규범개혁 등을 통해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법 개혁과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사가 노동시장에서 교섭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법원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시장의 사법화’가 심각하다”며 “통상임금, 사내하도급, 노동조합 관련 손해배상 등이 모두 법원에 묶여 있다”고 했다. 그는 “근로시간 재구성 등 노동개혁을 통해 정책의 안정도를 높이고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4차 산업혁명으로 근로시간과 장소의 탈(脫)경계화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근로시간이 더욱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정책, 상상력 부족”

주요 대선후보들과 정치권의 일자리 정책이 “상상력 고갈 수준”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와 사회복지 부문의 일자리 창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이 모두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데 미흡하다는 평가다.

권 교수는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정책은 이미 수차례 반복됐던 것”이라며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 문제와 관련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한 때”라며 “정치권이 실험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기술혁신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은 산업 규제로 혁신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술이 새로 창출하는 일자리를 어느 나라가 가져갈 것인지 일자리의 글로벌 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시장의 친고용 혁신 없이는 일자리 창출도 없다”고 덧붙였다.

심은지 기자/최종석 노동전문위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