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전'으로 밀리는 시장원리…파행 예고된 최저임금 결정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지난해 7월17일 결정됐다. 법정 시한인 6월29일을 한참 넘겼다. 최저임금위원회 표결을 통해 직전 연도보다 7.3% 오른 6470원으로 정했다. 참석위원 16명 가운데 15명 찬성으로 가결됐지만 근로자 위원 9명은 전원 불참했다. 전년보다 65.8% 높은 노측 요구안인 시급 1만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따른 항의였다. 근로자 위원들은 이틀 뒤인 19일 전원 사퇴 카드까지 꺼냈다.

최저임금위의 파행은 해마다 거듭되고 있다. 1987년 이후 노사 합의로 의결한 사례는 일곱 차례에 불과하다. 2010년 이후에는 한 번도 없다.

양대 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은 연초부터 노사 양측의 최저임금 잠정 요구안을 공개한다. 정작 3월31일 심의절차가 시작되면 공식 요구안은 내놓지 않고 힘겨루기만 한다. 최저임금 결정 방식이나 생계비 등의 통계를 놓고 벌이는 공방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도 법정 시한 하루 전인 28일에야 공식요구안을 최저임금위에 제출했다. 전문가로 위촉된 공익 위원이 권고안을 제시하고 노사 합의를 설득하지만 쉽게 합의될 리 없다. 합의가 안 되면 표 대결이다.

이때쯤이면 근로자 위원이나 사용자 위원 어느 한 쪽이 집단 퇴장한다. 결국 공익 위원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노사 양측 중 한쪽만 참여하는 탓에 ‘최저임금 심의·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제도 개선 요구도 높아졌다.

국회에 계류 중인 24건의 최저임금법 개정안 가운데 상당수는 최저임금 결정 절차 개선을 언급하고 있다. 공익 위원 선정 방식을 정부 추천에서 국회 위촉으로 바꾸자거나, 노사단체 합의로 바꾸자는 개정안도 있다. 노동위원회 방식을 도입하자는 법안도 있다.

문제는 이런 방안들이 최저임금 결정 프로세스를 더 ‘정치적’으로 만든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은 근로자 최저생활 보장 차원에서 도입했지만, 지급 주체가 사용자인 까닭에 시장 제도다. 시장에 적지 않은 부작용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 감소가 대표적이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1% 인상 때 주당 44시간 일하는 저임금 정규직의 일자리는 0.14%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최저임금의 취지는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에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라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정치권의 포퓰리즘 대상이 돼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종석 노동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