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 도시' 건설 앞다투는 아시아

지역경제 살아나고 일자리 창출 효과 막대
높이 경쟁 넘어 관광객에 '특별한 경험' 줘
정부와 손 잡고 도시를 바꾼 '슈퍼 랜드마크'
수십년간 싱가포르의 상징은 ‘멀라이언’이었다. 멀라이언은 사자의 머리와 인어를 합성해 만든 국가의 아이콘. 요즘은 달라졌다. 싱가포르 공식 기념품과 공항 홍보물에는 우주선을 닮은 마리나베이샌즈(MBS)와 스카이라인이 들어가 있다. 멀라이언을 밀어냈다. MBS가 초고층이어서만은 아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MBS 주변 100만㎡에 초대형 도심 정원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를 조성하고, 대관람차 ‘싱가포르 플라이어’도 설치했다. MBS는 화답하듯 이 도심 정원으로 연결되는 기하학적 구조의 보행자 다리 ‘헬릭스 브리지’를 건설했다.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랜드마크의 랜드마크’를 만들어냈다. 싱가포르 스카이라인은 5년 새 완전히 달라졌다. 사람들은 새로운 싱가포르에 열광하고 있다.
[세계는 '스카이 타워' 전쟁 중] 2억명 찾은 마리나베이샌즈…연 9조 수입 싱가포르에 안겨

◆5년간 2억명 빨아들여

아시아가 ‘슈퍼 랜드마크’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이 먼저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아시아의 허브 도시가 되기 위한 경쟁에서 소규모 도시 역할을 하는 초고층 랜드마크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에서는 롯데월드타워가 대표선수로 나섰다. 세계초고층학회(CTBUH)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100대 초고층 빌딩 중 54개가 아시아 대륙에 몰려 있다. 중동이 24개, 북미 16개, 유럽은 5개뿐이다. 올해 200m 이상 고층 빌딩은 1293개, 300m 이상 초고층 빌딩은 123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싱가포르는 새로운 도시의 아이콘이 된 MBS를 통해 이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다. MBS는 쌍용건설이 시공해 2010년 4월 개장했다. 2009년까지 싱가포르의 연간 관광객은 970만명, 관광수익은 약 10조원이었다. MBS가 문을 열자 달라졌다.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1570만명, 관광수입은 1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곳 사람들은 ‘MBS 효과’라고 말한다. 관광객은 61%, 관광수입은 74% 증가했다.

지역경제도 살아났다. 마리나베이샌즈가 개장한 뒤 5년간 만들어낸 일자리는 4만6000개. 직접 고용만 1만명에 달한다. 세금은 4조원 넘게 냈다. 크리스트 부 마리나베이샌즈 부사장은 “샌즈그룹이 세운 MBS와 센토사 리조트는 싱가포르 국내총생산(GDP)의 1.5~2%를 담당하고 있다”며 “물품의 91%를 지역 기업과 중소기업에서 납품받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와 소통하는 마천루

MBS는 21세기형 랜드마크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장 초기에는 57층의 인피니티 수영장이 화제가 됐다. 세계 여행자들의 ‘핫 스폿’으로 불렸다. 건축물 자체도 거대한 우주선을 연상케 한다. 여기에 5성급 호텔, 카지노, 최첨단 전시장, 갤러리 극장, 명품 쇼핑몰, 특급 레스토랑 등이 자리잡고 있다. ‘없는 게 없어 남녀노소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복합리조트인 셈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MBS와 싱가포르 정부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정부는 MBS를 중심으로 거대 정원을 조성해 지금까지 세계 60여개 각종 건축상과 정원상 등을 휩쓸었다. MBS는 도시 전체를 첨단·친환경 도시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싱가포르관광청 관계자는 “2010년 이전 MBS에 건축 허가를 내줄 때부터 정부가 도시개발 장기 계획을 세우고 이 주변을 하나의 거대한 ‘슈퍼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해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랜드마크는 초고층 건물, 건축의 미로 상징된다. 하지만 단순한 숫자 싸움이 아니다. 특별한 경험이 더해져야 진정한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 단순히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호텔·컨벤션이 아니라 현지인, 지역경제와의 융합이 또하나의 요소가 되고 있다.

싱가포르=김보라 기자/배정철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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