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하던 S3라인이 일부나마 이름을 되찾은 것 같아 기쁩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인 경기 화성의 17라인에 다음달부터 3단계로 시스템반도체 라인을 넣기로 하면서 시스템LSI사업부 임직원은 마음이 설렌다. 2012년 5월 착공된 17라인은 애초 시스템반도체 라인으로 기획됐다. 이름도 S3 라인(세 번째 시스템반도체 라인)이었다. D램, 낸드플래시 등을 생산하는 주력 10~16라인이 있어 ‘메모리의 땅’으로 불리던 화성에 첫 시스템반도체 라인을 설치하는 건 수십년간 메모리사업부에 눌려 있던 시스템LSI사업부 직원들로선 쾌거였다. 2010~2011년 애플에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로 납품하며 좋은 실적을 낸 덕분이었다.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2년 하반기 특허분쟁을 벌이던 애플이 AP 주문을 끊자 S3라인은 표류했다. 2012년 말 공사가 중단됐고 계획보다 1년 늦은 2014년 말 완공되자 1단계로 D램 라인부터 들어섰다. 공식 이름도 17라인이 됐다.

절치부심한 시스템LSI사업부는 2015년 14나노미터(㎚) 라인에 이어 지난해 10월 10㎚ 라인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 덕분에 퀄컴, 엔비디아, AMD, 테슬라 등을 파운드리 고객으로 유치했고 추가 라인이 필요해졌다. 4월부터 2조5000억원을 들여 17라인 남은 공간에 10㎚ 시스템반도체 라인을 증설하는 이유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