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불쑥 꺼내 든 ‘총수일가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카드에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이 대선 국면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공약을 내놓은 마당에 주무 부처인 공정위가 동조하면서 차기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가 기정사실이 됐기 때문이다.

28일 공정위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총수일가 지분율 30% 이상 상장사’에서 ‘20% 이상 상장사’로 확대되면 18개 기업집단의 25개 상장사가 새롭게 규제 칼날 앞에 서게 된다. 삼성생명(삼성그룹), 현대글로비스 이노션(현대자동차그룹), SK D&D(SK그룹), 롯데쇼핑 롯데제과(롯데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계열사 간 거래(내부거래)에 상당한 제약을 받거나 총수일가 지분을 내놔야 하는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규제 대상이 된다고 계열사 간 거래를 못 하는 건 아니다. ‘연간 거래액 200억원 미만, 거래 상대방 매출의 12% 미만’ 등 충족 불가능한 요건을 맞춰야 공정위 조사, 검찰 고발 등을 피할 수 있다. 기업들은 총수일가 지분을 매각해 지분율을 20% 밑으로 떨어뜨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기업이나 주주로선 갑자기 ‘지분 매각 리스크’가 불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