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격·중국 기술에도 쫓겨…한국 '신넛크래커' 신세
한국의 산업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이 일본은 물론 중국에도 크게 뒤처진 것으로 조사됐다. 기술 격차를 해소 중인 중국과 가격경쟁력을 회복한 일본 사이에 낀 ‘신(新)넛크래커’ 상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이 26일 발표한 ‘수출 빅데이터를 이용한 한국 산업의 경쟁력 평가’ 보고서를 보면 최근 20년 사이 한국의 산업경쟁력은 세계 16위에서 13위로 올랐다. 같은 기간 중국은 20위에서 2위로 상승해 한국을 역전했다. 산업 발전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산업응집력지수에서 1995년 21위였던 한국은 2015년 25위로 밀렸다. 중국은 같은 기간 18위에서 3위로 수직 상승했다.

중국에 추월당하는 사이 일본과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은 일본을 빠르게 추격했지만 4차 산업혁명 대응력 등에서 격차가 다시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한국은 기술 경쟁력에서 일본에 치이고,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에 추격당하는 ‘넛크래커’ 신세였다. 하지만 상황이 더 꼬이고 있다. 한국의 산업 경쟁력은 기술력,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중국, 일본에 우위를 점할 수 없는 상황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술력 측면에서 ‘몇 수 아래’로 평가한 중국과의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10대 기술 분야에서 2012년 한국의 기술 경쟁력은 중국에 평균 1.9년 앞섰다. 하지만 2014년엔 격차가 1.4년으로 좁혀졌다. 기술별로는 에너지·자원·극한기술 격차가 0.9년, 나노·소재 분야 경쟁력 격차는 1.1년에 불과했다.

일본과의 경쟁 환경은 악화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할 수 있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가격 경쟁력이었다. 제품 성능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20~30%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미국 중남미 등의 시장을 공략해 성과를 냈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집권 이후 지속된 ‘엔저(低)’ 공세에 한·일 제품의 가격 차는 좁혀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과의 기술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경영개발원(IMD) 기준 한국의 기술 경쟁력은 세계 15위로 일본(10위)보다 낮다. 10대 국가전략기술 수준도 2.8년 뒤진 것으로 평가된다. 4차 산업혁명 대응력 순위는 일본 12위, 한국은 25위로 평가됐다.

윤우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재를 미래의 기업가로 양성하는 중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좀비기업 퇴출을 장려하고 신생기업의 도전을 장려하는 기업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