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공단 등 보조사업 벌써 '바닥'…대기자도 줄 서
설비업체 "태양광 희망자 급증…내년 시공도 장담못해"


청주시 상당구의 이모(53)씨는 지난해 여름 평소 월 5만∼7만원에 불과하던 전기요금을 20만원 훌쩍 넘게 내는 '전기요금 폭탄'을 맞았다.

이씨는 '전기요금 폭탄'이 걱정 스러워 주택마당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올해 태양광 설치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한 태양광 전기 설비업체에 문의했으나 에너지공단 등의 올해 태양광 주택 설비 지원사업이 이미 마감됐다는 것이다.

이 업체는 에너지공단 등의 지원을 받아 태양광 설비를 하려고 대기하는 가정이 40곳에 육박해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시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다른 설비업체에 전화를 걸었으나 비슷한 대답만 들었다.

설비업체의 한 관계자는 "주택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전기요금이 월 6만∼7만원에서 1만∼2만원으로 떨어진다"며 "'요금 폭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태양광을 찾는 가정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에너지공단이 배정한 보조금 사업에 대한 신청이 모두 마감됐다"며 "에너지공단이 보조금 예산을 추가로 세우면 공사를 해달라고 대기하는 가정이 30곳을 넘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 에너지공단은 단독주택의 태양광 설비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 73억원의 예산을 세웠으나 이미 지난 17일 바닥을 드러냈다.

지난 1월 23∼2월 17일과 지난 6∼17일까지 진행한 태양광 주택 보조금 지원사업의 1, 2차 접수에서 올해 계획한 1천800여 가구가 모두 마감된 것이다.

에너지공단과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태양광, 태양열, 지열 등의 시설을 설치하는 주택에 보조금을 준다.

태양광의 경우 에너지공단은 올해 1가구당 351만원(3㎾기준)을 지원하기로 했다.

자치단체 지원액은 지역마다 다소 다르다.

가구당 120만원을 지원하는 청주시를 기준으로 보면 국비와 지방비 등을 모두 합하면 471만원의 주택 태양광 사업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1가구당 시공비는 800만원을 밑도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가정의 입장에서 보면 300여만원만 부담하면 태양광 시설을 갖출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태양광을 설치하려는 가정이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여름 누진제에 따른 '전기요금 폭탄'을 경험한 많은 가정들이 올해 태양광 설치에 나서고 있으나 보조금 지원 규모가 턱없이 부족해 사업을 포기하는 형편이다.

에너지공단의 한 관계자는 "올해 태양광을 설치하려는 가정이 크게 늘면서 보조금 신청 경쟁률이 4∼5대 1에 육박할 정도"라며 "지난해 여름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논란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bw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