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불필요한 회의를 없애고 회의 시간도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새로운 회의 문화가 정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지적이 많다.

1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회의 소집이 잦은 임원에게 경고 조치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기존에 해온 회의를 갑자기 중단할 수도 없다 보니 임원들이 ‘꼼수’를 내놓기도 한다. 회의실 대여자란에 임원 이름 대신 회의에 참석한 직원 이름을 적어내도록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회의 시간이 1시간을 넘으면 자동으로 회의실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꺼버리는 조치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회의가 중간에 중단돼 오히려 불편하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사내에선 그동안 “회의와 보고만 줄어도 일을 더 잘할 수 있다”고 외쳤지만 막상 사내 문화를 바꾸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을 내세우며 사내 문화 바꾸기에 나섰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처럼 빠른 업무처리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관리의 삼성’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이를 위해 회의문화·보고문화 개선, 불필요한 잔업·특근 근절, 계획형 휴가 정착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효율적 회의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인원만 참석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반드시 회의의 결론을 도출하도록 회의 문화를 바꾼다는 계획도 세웠다. 참석자 최소화, 1시간 이내 회의, 전원 발언, 결론 도출·준수도 권장사항으로 제시됐다. 삼성전자가 이달부터 직급체계를 개편하고 호칭을 ‘OO님’ ‘△프로’로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직장인은 1주일에 평균 3.7회, 회당 평균 51분씩 회의를 한다. 이 중 절반인 1.8회는 불필요한 회의로 조사됐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