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5년…트럼프, 이 숫자를 보라
한·미 FTA 5년…트럼프, 이 숫자를 보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뒤 지난 5년간 한국의 대(對)미국 흑자는 1000억달러를 넘었지만, 이 가운데 FTA 수혜를 본 비중은 20%가량에 불과했다. 나머지 800억달러 이상은 FTA에 상관없이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 때문에 수출이 늘어 흑자를 봤다. 양국의 수출 상위 20개 품목 중 FTA 수혜를 본 품목은 미국도 16개에 달했다. 같은 기간 미국 기업은 한국에 79억달러를 투자했지만, 한국 기업은 이보다 다섯 배 가까이 많은 37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했다.

이 같은 숫자는 한국경제신문이 13일 한·미 FTA 타결 10년, 발효 5년을 맞아 관세청의 수출입 무역통계 및 양국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을 분석한 결과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주장과 달리 자유무역은 어느 한쪽에 일방적이라기보다 양국 모두에 이득이라는 걸 보여주는 수치”라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작년까지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거둔 흑자는 1097억달러로, 이 가운데 FTA 관세 혜택을 받아 발생한 흑자액은 220억달러였다. 나머지 877억달러는 FTA 관세 혜택 대상이 아닌 품목에서 나왔다. 한국이 흑자를 거둔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스마트폰 등은 FTA 전부터 무관세를 적용받았다. 미국은 과일 견과류 소고기 등 FTA 수혜 품목의 한국 수출이 크게 늘었다. FTA 발효 이후 두 나라 간 수출이 증가한 상위 20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미국은 FTA 수혜 품목이 16개에 달했고, 한국은 12개였다.

FTA에 따른 시장개방 효과로 양국 간 투자도 늘었다. 한국 기업의 5년간 미국 투자액은 370억달러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68년 이후 총투자액(774억달러)의 절반가량에 달했다. 같은 기간 미국 기업의 한국 투자액은 79억달러로 5분의 1 수준이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