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지수 조사품목 차이…원가절감 차익 유통업체만 '재미'

보통 국내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인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인식된다.

그러나 지난 4년을 돌아보면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가 사뭇 다른 움직임을 보여 눈길을 끈다.

1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자물가는 1.8% 내렸지만, 소비자물가는 오히려 1.0% 올랐다.

앞서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2013년 -1.6%, 2014년 -0.5%, 2015년 -4.0%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소비자물가는 같은 기간 1.3%, 1.3%, 0.7% 각각 올랐다.

생산자물가는 계속 내리막을 나타냈지만 소비자물가는 1% 안팎에서 꾸준히 오르는 현상이 반복된 것이다.

비교 기간을 확대하면 차이는 더 뚜렷해진다.

생산자물가지수는 2012년 107.45(2010=100)에서 지난해 99.11로 4년 사이 7.8%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96.79(2015=100)에서 100.97로 4.3%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또다른 지표인 수입물가도 최근 많이 떨어졌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상품의 가격을 나타낸 수입물가지수(원화기준)는 2012년 110.79(2010=100)에서 지난해 76.96으로 4년 사이 30.5% 급락했다.

수입물가지수 등락률은 2013년 -7.3%, 2014년 -7.5%, 2015년 -15.3%, 지난해 -4.2%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가 계속 떨어진 것은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하는 물건값은 왜 올랐을까.

기본적으로 물가지수에 포함된 조사품목의 비중이 보통 도매물가로 불리는 생산자물가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는 전반적으로 비슷한 방향이지만 등락률에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며 "생산자물가는 중간재나 원자재 비중이 높고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재와 서비스 중심으로 구성된 영향"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소비자물가지수의 가중치를 보면 집세, 외식비, 교육비 등 서비스 비중이 55%로 소비재 상품(45%)보다 높다.

반면, 한국은행의 생산자물가지수에서 원자재와 중간재 비중은 40%를 넘고 기업용서비스 등 서비스 비중은 29%에 불과하다.

국제원자재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면 소비자물가보다 생산자물가의 변동 폭이 클 수 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생산자물가 하락에 국제유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소비자물가에서 석유류 상품의 가중치 비중은 4.7% 수준이다.

소비자물가가 하락하지 않는 또다른 이유로 기업들의 행태를 꼽을 수 있다.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하락을 소비재 상품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소비자물가가 계속 오르는 것은 경제학에서 '톱니효과'(Ratchet Effect)로 설명이 가능하다"며 "유통구조상 독과점 등으로 업체들이 물건값을 계속 올리는 문제와 연관된다"고 말했다.

'톱니효과'는 한쪽으로만 회전하는 톱니의 특징을 반영한 용어로, 소비가 늘어나면 관성에 의해 원상태로 돌아가기 어려운 현상을 가리킨다.

톱니효과는 소비자물가 상승세에도 적용할 수 있다.

생산자물가 하락으로 원가가 절감됐음에도 제조 및 유통업체들이 수익을 더 내려고 소비자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찔끔 내리는 데 그친다는 것이다.

[표] 생산자물가·소비자물가·수입물가 등락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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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도 │ 생산자물가 등락률 │ 소비자물가 등락률│ 수입물가 등락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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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 1.4% │ 2.5% │ 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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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 8.5% │ 4.7% │ 3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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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 -0.2% │ 2.8% │ -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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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 3.8% │ 2.9% │ 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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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 │ 6.7% │ 4.0% │ 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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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 0.7% │ 2.2% │ -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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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 -1.6% │ 1.3% │ -7.3% │
├───┼───────────┼─────────┼─────────┤
│ 2014 │ -0.5% │ 1.3% │ -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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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 -4.0% │ 0.7% │ -1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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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 -1.8% │ 1.0% │ -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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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