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錢)없는 전경련의 궁여지책...지원금 없애고 빚 상환도 줄여
무너질 위기에 놓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빚 원금 상환 규모를 줄여 예산에 투입하기로 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포스코 등 주요 그룹이 탈퇴하면서 올해 예산을 40% 줄였지만 이마저도 돈을 구하기 어려운 처지여서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최근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과 협상을 통해 매년 갚아 오던 빚 원금 규모를 기존 200억원대에서 최대 100억원가량으로 줄이는 대신 상환기간을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빚 갚는 돈을 줄여 부족한 예산에 투입하기 위해서다.

전경련은 올해 사무국 운영과 임직원 임금 등에 사용하는 예산(일반회계)을 235억원으로 잡았다. 지난해 389억원에 비해 40% 줄어든 규모다. 어버이연합 등 시민단체와 학계 등에 지원하던 예산(사회협력·170억원)은 모두 없앴다.

문제는 예산을 235억원으로 축소했지만, 이를 충당할 회원사 회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기존 예산의 70% 이상을 차지해온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포스코 등이 전경련에서 발을 빼서다.

전경련은 이를 충당하기 위해 매년 갚아오던 빚 원금 상환 규모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매년 은행에 200억원 이상의 원금과 100억원가량 이자를 갚아왔는데 이 중 원금 상환 규모를 50억~100억원 정도 축소하기로 했다.

전경련은 2013년 말 4000억원가량을 투입해 연 면적 17만㎡ 규모의 전경련회관을 준공했다. 당시 대부분 은행 빚을 내 건축 비용을 댔다. 현재 남은 빚은 25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전경련이 예산을 줄이고 원금 상환 규모를 축소하면 올 3분기까지 임직원의 월급을 주며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어쩔 수 없이 조만간 사무국 축소 및 인력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경련 임직원 수는 130여명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