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한국 시장 공략을 개시한다. 국내 시판 첫 모델인 모델S는 지난해 5만여대 팔리며 글로벌 전기차 1위를 차지하는 등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어 소비자들의 관심도 크다.

하지만 모델S는 기본가격이 1억2000만원대로 비싼 데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고 충전기도 다른 전기차와 호환되지 않는 등 단점 때문에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란 예상도 적지 않다. 애프터서비스(AS) 부문에서 국내 소비자의 높은 기대 수준을 맞출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테슬라 한국 상륙…비싼 가격·AS망 '걸림돌'
주행거리·가속성능 돋보여

테슬라코리아는 오는 15일 경기 스타필드하남에, 17일 서울 청담동에 전시장을 열 계획이다. 첫 국내 출시 차종인 모델S 90D를 전시한다. 가격은 가장 기본 사양이 1억2100만원이다. 온라인으로 신청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승도 한다. 구매자 인도는 6월께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출시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테슬라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 전기차는 연료비 절감과 정부 보조금 등을 통해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 수준의 경제성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테슬라는 고가의 배터리를 대량 장착해 주행거리와 동력 성능을 향상시켜 ‘럭셔리카’ 이미지를 구축했다. 모델S 90D는 환경부에서 1회 충전 주행거리 378㎞를 인증받았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191㎞), 기아자동차 쏘울(148㎞), 닛산 리프(132㎞) 등의 두 배를 넘는다.

최고 시속 250㎞에 정지 상태에서 100㎞까지 가속하는 데 4.4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자율주행 기술도 업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부자들의 장난감’으로 불리기도 한다.

전용 충전기만 사용 가능

테슬라에 대한 호기심이 실제 판매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중이 구매하기에 부담스러운 가격대인 데다 한국에는 전기차를 충전할 전용 차고가 없는 아파트 등에 거주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전용 충전기만 쓸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집에서만 충전해야 하는 테슬라엔 충전기 인프라 구축이 큰 숙제다. 테슬라는 급속충전기(슈퍼 차저)와 완속충전기(데스티네이션 차저)를 6월까지 수도권에 최소 6곳 설치할 계획이다.

모델S는 전기차 보조금도 받을 수 없다. 환경부 고시인 전기차 보급대상 평가에 관한 규정은 완속충전기(7㎾h) 기준으로 10시간 안에 완전 충전을 해야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 판매 모델S는 배터리 용량이 90㎾h로 크기 때문에 완속충전기로 완전 충전까지 14시간 이상 걸린다. 보조금은 환경부 1400만원,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300만~1200만원 등 최대 2600만원이다.

테슬라는 올 하반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형태의 모델X(미국 기본가 11만9000달러), 2018년 하반기 보급형 세단 모델3를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 중 모델3는 지난해 4월 공개 당시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45㎞에 달한다는 점을 내세워 40만대의 예약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GM이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인 볼트EV가 383㎞의 주행거리를 갖췄고 현대차 등 다른 업체도 2018년 주행거리 400㎞ 안팎의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어서 모델3의 강점도 상당 부분 상쇄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AS 네트워크도 과제로 꼽힌다. 테슬라는 일본에 2014년 말 진출했다. 2015년 모델S를 614대 팔았지만 지난해엔 198대에 그쳤다. 일본 전역을 통틀어 AS센터가 요코하마 한 곳밖에 없다는 점이 판매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