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1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내용이 언급되자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보고서의 의미를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고서에 나온 ‘모든 무역협정을 검토(review)해 보겠다’는 표현이 한·미 FTA만을 지칭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대비책은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보고서에 한·미 FTA를 재협상하겠다는 내용은 한 줄도 없다”며 “모든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 이미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고서 내용의 80%는 중국에 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안한 구석도 있다. 보고서에는 한·미 FTA 발효 전년도인 2011년에 비해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한국은 대미 무역흑자)가 두 배로 늘었다는 표현이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대미 수출은 전년보다 4.8% 줄었다”며 “최근 몇 년간은 오히려 대미 무역흑자가 줄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는 의회 인준 절차를 남겨놓고 있는 로버트 라이시저 USTR 대표 내정자가 취임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USTR 대표가 인준되면 상세 보고서를 다시 제출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 방향은 새로 만들어지는 보고서에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