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쏘카 그린카 등 카셰어링 업체의 불공정 약관에 대해 직권조사에 나섰다. 쏘카의 작년 11월 전기차 도입 발표회. 한경DB
공정거래위원회가 쏘카 그린카 등 카셰어링 업체의 불공정 약관에 대해 직권조사에 나섰다. 쏘카의 작년 11월 전기차 도입 발표회. 한경DB
작년 11월 김모씨는 한 카셰어링(차량 공유) 업체 차량을 주차하다가 뒤범퍼를 벽에 살짝 긁혔다. 당시 바쁜 일이 있었고 큰 사고가 아니라서 이틀 뒤 업체에 사고 접수를 했다. 업체는 범퍼 교체 비용 50만원, 벌금 10만원, 휴차료 4만원 등 총 64만원을 김씨에게 청구했다. 김씨는 “자차면책제도(30만원 한도)에 가입했는데 수리비가 왜 50만원이 나왔느냐. 벌금 10만원의 근거도 알 수 없다”고 업체에 항의했다.
500만명 이용하는 카셰어링…공정위 '불공정 약관' 전격 조사
업체 관계자는 ‘사고 후 본사로 즉시 연락하지 않은 경우 벌금 10만원을 부과한다’, ‘사고 후 즉각 신고하지 않아 방치된 손해에 대해선 면책제도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약관을 내밀며 “비용 지급을 안 하면 강제 추심에 들어간다”고 위협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쏘카 그린카 등 카셰어링 업체의 약관법 위반 여부 직권조사에 나섰다. 카셰어링 업체가 공정위 조사 대상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카셰어링은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가까운 주차장에서 최소 30분 단위로 차를 빌려 쓰는 서비스다.

공정위가 조사에 나선 것은 카셰어링산업이 가입자 5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하면서 소비자단체에 접수되는 이용자 불만 신고도 매년 10% 이상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입자들은 업체의 약관이 지나치게 소비자에게 불리하거나 사업자의 면책 범위를 넓게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자에게 근거 없는 페널티

카셰어링 이용자들이 대표적인 불공정약관으로 지적하는 건 각종 페널티(벌금) 조항이다. 예컨대 차내 흡연 시 벌금 30만원, 키 분실 시 벌금 8만원, 자동차 내부 청소 불량 시 벌금 5만원, 헤드라이트 미소등 시 벌금 2만원 등이다.

업체들은 ‘이용자에게 최소한의 관리 의무를 부여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공정위가 고시한 ‘자동차대여표준약관’엔 업체들이 임의로 만든 벌금 조항에 대한 근거가 없다. 이 때문에 일부 조항에 대해선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대표적인 게 차량 파손이나 도난 발견 시 본사로 ‘즉시’ 연락하지 않은 경우 벌금 10만원을 부과하고 자차면책보험 적용을 제외하는 조항이다.

◆내비게이션 오작동 ‘나 몰라라’

예약 시간 10분 전부터는 ‘취소 및 환불’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약관도 공정위가 들여다보고 있는 대목이다. 이 약관은 ‘예약 시작 전까지는 대여료의 10%를 포기하면 취소가 가능하다’고 규정한 표준약관과 다르다.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나 내비게이션 오작동에 의한 이용자 피해에 대해 사업자의 면책을 규정한 조항도 대표적인 ‘불공정 약관’으로 꼽힌다.

자연적인 마모 이외에 흙이나 물 등에 의한 차량 고장수리 비용, 정비 목적으로 이물질 제거 시 드는 비용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약관에 대해선 “사업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줄이고 면책 범위를 넓혀 불공정하다”고 지적됐다. 이 밖에 자차면책금을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한 뒤 보상한도를 ‘30만원’과 ‘70만원’ 두 가지만 제시하는 것, 자신들이 만든 약관을 마치 표준약관인 것처럼 오인하도록 게시한 것도 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수리비 일방적으로 통보

사고 후 부품 과다 교체도 불공정행위로 지적된다. 자체 약관에는 ‘공업사는 고객과 협의 후 선정하고, 수리비 여부는 미리 협의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일방적으로 지정 공업사에 차량 정비를 맡긴 뒤 많게는 수백만원의 ‘수리비 폭탄’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사례가 많다는 게 한국소비자원 판단이다. 정비 불량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운행 중 워셔액이 떨어져 낭패를 봤거나 타이어 공기압 문제로 큰 사고를 낼 뻔했다는 신고가 대표적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