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개월간 연기돼온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가 향후 석 달 이상 추가로 미뤄진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탓이다. 일러야 이 부회장의 1심 재판이 끝난 뒤 인 오는 5월 말 이후에나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게 삼성 측 의견이다.

삼성 계열사들은 다음달 24일 일제히 열릴 각 사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23~24일 주총안건을 확정 짓는 이사회를 개최한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호텔신라 등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가 만료된 4개사는 이사회에서 김창수(삼성생명), 안민수(삼성화재), 원기찬(삼성카드), 이부진(호텔신라) 사장을 등기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4명의 사장은 지난달 27일 임기가 끝났다. 이들은 그동안 그룹 차원의 사장단 인사가 지연되면서 임기 연장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으나, 이번 주총에서 유임이 확정되는 것이다. 삼성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이는 사장단 인사를 하지 않고 3월 정기 주총을 넘어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기주총에서 재선임된 사장을 한두 달 만에 다시 바꾸는 건 사실상 어렵다”며 “사장단 인사는 일러야 이 부회장의 1심 재판이 끝나는 5월 말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 기간 연장 없이 이달 말 이 부회장을 기소한다고 가정하면 특검법에 따라 1심 재판은 기소일로부터 3개월 안에 끝내야 한다. 오는 5월 말께 1심 재판 결과가 나온다는 얘기다.

여기서 무죄로 판결나거나 집행유예 등이 선고된다면 풀려난 이 부회장이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되고 구속 상태가 연장된다면 사장단 인사는 더 연기될 수도 있다.

한편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들은 23일 이사회에서 상근감사위원을 없애고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감사위원회로 대체하는 방안도 의결한다. 이는 작년 8월 시행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으로 감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도 상장 금융사의 감사조직으로 감사위원회가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다음달 주총을 거쳐 상근감사가 폐지되면 감사위원회는 사외이사 중심으로 재편된다. 감사 업무의 의사결정은 감사위원회가 맡고, 내부 실무자인 감사실장이 보좌하는 방식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