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남용’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미국 통신칩셋업체 퀄컴이 ‘역공’을 시작했다.

퀄컴은 21일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 불복 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냈다. 퀄컴의 불복 소송에는 ‘삼성 특검’이 빌미를 제공했다. 퀄컴은 특검이 삼성의 뇌물공여 혐의 수사에서 제기한 ‘삼성·공정위 유착설’을 근거로 공정위의 제재 역시 삼성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의혹을 거론했다.
퀄컴에 역공 빌미 준 '삼성 특검'
돈 로젠버그 퀄컴 법무담당 수석부사장은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공정위의 잘못된 결정은 우리가 상업적인 이익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불공정한 절차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퀄컴 조사를 감독한 전 공정위 부위원장과 삼성 간 커넥션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는 우리의 우려 수준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가 작년 12월 퀄컴에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특허 라이선스 정책에 시정명령을 내린 배경에는 삼성의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공정위와 삼성은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퀄컴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제재를 받은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도 “인텔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 퀄컴의 위법 행위를 공정위에 증언했다”며 선을 그었다.

퀄컴의 의혹 제기는 연쇄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외신들은 특검 수사가 한국 공정위의 제재로 위기에 몰린 퀄컴에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다는 기사를 내고 있다. 퀄컴과 공정위의 행정소송에서 특검의 삼성 조사가 퀄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검의 과도한 혐의 씌우기가 국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