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후 중국 부총리·재무장관·중앙은행장 등과 연쇄통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재무장관으로 지난주 취임한 스티븐 므누신이 중국에 앞으로 보다 균형 잡힌 미·중 경제관계를 추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일본, 독일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각국은 다음 달 17∼18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주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21일 미국 재무부 등에 따르면 므누신 장관은 지난 14일 취임 이후 중국의 왕양(汪洋) 국무원 부총리,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 샤오제(肖捷) 재정부장(재무장관) 등과 잇따라 전화통화를 하고 이런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경제책사'인 류허(劉鶴) 중국 공산당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과도 통화했다.

이들 통화에서 므누신 장관은 임기 중 미·중 관계가 강화되기를 바란다면서, 중국 지도부와 경제·금융·무역·투자와 불법금융 등 종합적인 문제에 대해 양자와 다자형태로 협력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이 결정적인 문제에 대해 리더십을 발휘하면 양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 유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대선캠페인에서 중국이 통화가치를 절하해 부당한 이익을 누리고 있다며 대통령에 취임하면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환율조작국 지정 시 실무를 담당할 므누신 재무장관은 앞서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인준을 통과한다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느냐는 물음에 "그러겠다"고 답한 바 있다.

므누신 장관은 이에 앞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과 전화통화를 하고 양국 간 가까운 경제관계가 더욱 긴밀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 양국이 지역과 세계 경제, 금융 이슈에 대해 협력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재무부는 전했다.

아소 부총리는 이와 관련, 일본 의회에서 "G7(주요 7개국)과 G20은 외환시장 개입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므누신 장관이 이를 명백히 이해하고 있다고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므누신 장관에게 엔화가 강세 또는 약세라고 칭하는 것은 옳지 않고, 엔화는 여전히 강한 영역이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므누신 장관과 아소 부총리는 G20 회의에서 양자회담을 열기로 했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앞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과 전화통화에서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의장국인 독일과 긴밀히 협력하기를 고대하고 있다며, 양국이 강한 포용적 경제성장과 일자리 확대 등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협력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취임 후 반나절 된 므누신 장관을 겨냥, 글로벌 금융위기가 유럽으로 급속도로 퍼진 것을 교훈 삼아 월가 규제를 완화하는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므누신 재무장관이 마침내 취임하면서 G20 재무장관들은 그가 미국의 새로운 통화정책을 명확히 할지, 경쟁적 통화가치 절하를 하지 않기로 한 G20 간의 합의를 지키겠다고 약속할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재무부 차관을 역임한 네이든 쉬츠는 "핵심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긴급하고 문제가 있는지다"라면서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화 관리전략을 어떻게 할지 계속 공개적으로 작업한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의 발언이 시장에 변동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면 G20 회원국들은 수사학의 수위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쉬츠는 2015년 각국이 환율전쟁에 빠져들지 않도록 경쟁적 통화절하를 하지 않기로 재합의한 G20 협상에 조력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