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교보·한화 자살보험금 '꼼수' 지급…치열한 법리공방 예상
국회선 "소멸시효 5년으로 늘려야" 법안 발의

금융팀 = 삼성·교보·한화생명 등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생명보험사 3곳의 제재 수위가 나흘 뒤면 결정된다.

자살보험금 미지급이 논란이 되며 금융감독원이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대대적 검사를 벌인 2014년 이후 3년 만이다.

금감원의 제재 수위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자살보험금 문제가 일단락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감원은 23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삼성·한화·교보생명에 대한 자살보험금 미지급 관련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고 19일 밝혔다.

보험금청구 소멸시효 2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주지 않은 자살보험금 규모는 삼성생명이 1천608억원, 교보생명 1천134억원, 한화생명이 1천50억원가량이다.

이들 보험사는 재해사망 특약에서 자살보험금을 보장하는 상품뿐 아니라 주계약에서 보장하는 상품도 판매해 미지급 보험금 규모가 다른 보험사보다 크다.

초미의 관심사는 징계수위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말 생보 3사에 중징계를 예고했다.

기관에 대해선 영업 일부 정지에서 영업 인허가 취소, 임원에 대해서는 문책경고에서 해임권고에 이르는 예상 제재 범위를 통보했다.

회사는 경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를 받아도 1년 안에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지 못하고 업무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이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난다.

CEO가 문책경고를 받으면 연임은 물론 3년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다.

해임권고를 받으면 5년간 임원 선임이 불가능하다.

교보생명은 최악의 경우 오너이자 대표이사인 신창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헤지펀드 인가를 신청했다가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자살보험금 미지급 문제로 징계를 받을 처지가 되자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징계수위는 통보됐던 것보다 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생보 3사가 예상 징계수위를 통보받은 뒤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일부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관건은 '꼼수'라는 지적을 받은 보험금 일부 지급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은 2011년 1월 24일 이후 청구가 들어온 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교보생명이 167억원(전체 미지급 보험금의 15%), 한화생명은 160억원(15%) 규모다.

자살보험금 지급 대상을 2011년 1월 24일 이후로 특정한 것은 이날부터 보험업법 개정안이 시행돼 약관을 지키지 않은 보험사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금감원이 첫 보험금 지급권고를 내린 2014년 9월 5일로부터 2년의 소멸시효를 계산해 2012년 9월 6일 이후 사망한 건에 대한 자살보험금 400억원(전체 미지급 보험금의 25%)을 지급하기로 했다.

2011년 1월 24일과 2012년 9월 5일 사이 미지급된 200억원은 자살예방사업 등에 쓰기로 했다.

금감원 제재를 피하기 위해 절묘한(?) 지급 기준을 마련한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약관을 지키지 않은 보험사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2011년 1월 24일부터 적용된 것은 맞지만, 그 이전에는 약관을 지키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냐"며 "계약(약관) 불이행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생보 3사의 보험금 일부 지급이 제재 수위를 일부 낮출 수 있는 '감경 요인'일뿐이라는 설명이다.

제재심에서는 감경 여부와 제재 대상이 되는 위법행위 기간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이 더욱 인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사들은 일반사망보험금의 경우 소멸시효가 지난 시점에서 청구해도 보험금을 지급해왔다.

금감원 검사를 통해 과소 지급·미지급 등이 발견될 경우에도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보험금을 줬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청구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을 들면서 보험금을 못 주겠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소멸시효가 논란이 되자 국회도 움직이고 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초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를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서울=연합뉴스)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