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IT(정보통신) 스타트업 등 기술 기업을 운영하기 좋은 도시로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이 꼽혔다. 글로벌 기술 집약 도시로 여겨지던 아시아의 홍콩과 싱가포르는 암스테르담과 코펜하겐, 토론토에 추월당하는 양상을 보였다. 서울은 종합 순위 11위로 22개 도시 중 중간에 위치했다.

◆ 기술기업 환경, ‘오스틴’ 1위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가 14일 발표한 ‘2017 테크시티(기술 기업에 좋은 도시) 보고서’에 따르면 실리콘밸리가 가까운 샌프란시스코나 뉴욕보다 미국의 오스틴이 기반시설, 사업환경, 인력수급, 라이프 스타일 등을 고려할 때 기술 기업을 운영하기 가장 좋은 도시인 것으로 선정됐다. 벤처 캐피탈을 통한 자금 확보와 인재 수급이 우수한 때문이란 분석됐다. 오스틴은 샌프란시스코보다 규모가 작은 도시이지만 사무실 임대료나 주거비용 등 부동산 비용이 낮아 인재들이 몰려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이 2,3위에 올랐다.

◆ 젋고 유능한 인재 유치 ’핵심‘

세빌스에 따르면 테크시티(tech-city)가 되려면 유능한 인재 확보가 수월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젊고 우수한 인재들은 도시가 제공하는 ‘흥미도’(buzz)뿐만 아니라 ‘웰니스’(wellness), 즉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한다고 세빌스는 분석했다.

세빌스는 올해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세계 22개 도시의 흥미도·웰니스 지수를 작성했다. 흥미도 지수는 밤 문화, 즐길 거리, 문화 수준 등을 바탕으로 했다. 웰니스 지수는 오염도, 공원 수, 헬스케어, 출퇴근 시간, 남녀 임금 차별도 등으로 구성된다. 마지막으로 이를 주거비용과 연계시켰다.

종합적으로는 베를린, 런던, 도쿄가 가장 상위권에 위치했다. 베를린은 세 가지 항목 모두에서 5위 안에 들었다. 런던과 도쿄는 상대적으로 낮은 웰니스 지수에도 불구하고 흥미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캐나다 토론토는 흥미도와 웰니스 항목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으며 각각 4위와 5위로 조사됐다. 덴마크 코펜하겐은 높은 주거 비용 탓에 11위에 머물렀지만 웰니스 항목에선 최고점을 받았다. 주거 및 사무실 임차료와 생활비 등 1인당 연간 주거 비용이 암스테르담은 미화 3만9700달러, 토론토 3만5800달러, 코펜하겐이 3만3500달러로 조사돼, 6만5000달러 이상이 필요한 런던, 뉴욕, 샌프란시스코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 서울, 집은 비싼데 흥미도, 삶의 질 ‘중간’

서울은 2017 테크 시티 종합 순위에서 11위로 중위권을 차지했다. 도시 흥미도 및 웰니스 지수로 살펴보면, 전체 22개 도시 중 흥미도 14위, 웰니스 17위를 차지했다. 주거 비용은 22개 도시 중 7위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서울이 조사 대상 도시 중 커피값이 가장 비싼 곳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같은 보고서의 ‘플랫화이트 지수(카페 수 및 커피 맛 등 인프라와 커피 가격을 바탕으로 순위 선정)’에서 종합 순위 21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는데도 불구하고 가격 면에서는 두 번째로 비싼 가격을 자랑했다.

세빌스의 글로벌 오피스 서비스 부문 니키 와이트먼(Nicky Wightman) 디렉터는 “좀 더 역동적이고, 출퇴근하기 쉬운 건강한 환경을 제공하는 도시들이 유능한 젊은 근로자들에게 매력 있는 곳”이라며 “종종 흥미도와 웰니스는 상반되는 경우가 많지만 암스테르담이나 토론토는 두 요소 모두를 갖춘 것으로 확인됐고, 코펜하겐은 재미있는 도시는 아니었지만 신체·정신적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는 다음 세대에겐 한층 매력적인 곳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역시 세빌스의 월드 리서치 폴 토스테빈(Paul Tostevin) 이사는 ”암스테르담, 토론토, 베를린 등 중견 도시로 분류되는 곳들은 흥미도와 웰니스 두 요소를 모두 갖춘 균형적인 도시로 나타났다”며 “좀 더 짧은 통근 시간, 편리한 기반시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기 쉬운 곳이라는 의미로, 향후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되면 상위권에 위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세빌스는 1855년 설립된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회사로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현재 영국, 미국, 유럽, 아시아 태평양 및 아프리카 등 전 세계 700여개 오피스를 통해 고객들에게 전문적인 자문, 관리 및 매입·매각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한국에도 지사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