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3년간 독주해온 3차원(3D)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도시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의 추격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대 2년 이상 벌어졌던 기술 격차는 6개월~1년으로 줄었고, 경쟁사들의 3D 낸드 공장 건설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서 하반기부터는 시장을 잡기 위한 물량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3D 낸드 시장에서 기록적인 40%대 영업이익률을 누려온 삼성전자는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하지만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3년 독주 삼성, 고개 돌리니 경쟁자들 맹추격
◆반도체 맨 앞에서 뛰었던 삼성전자

3D 낸드는 2013년 8월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했다. 24단 제품으로 시작한 삼성은 2015년 48단, 지난해 말부터 64단 제품을 양산 중이다. 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아파트처럼 수십~수백 층까지 쌓아 집적도를 크게 높일 수 있어 수요가 많다.

클라우드 시대를 맞은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세계 곳곳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며 삼성의 3D 낸드로 만든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대거 채용했다. 하드디스크에 비해 몇 배 비싸지만, 빠르고 전력소비가 적어 몇 년 지나면 총비용은 비슷해서다. 삼성은 48단 3D 낸드를 팔아 4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실적으로도 확인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만 13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SK하이닉스는 3조2767억원을 벌었고, 도시바는 1조원대 중반, 마이크론은 수천억원 수준에 그쳤다.

삼성전자가 10조원 이상을 벌 때 경쟁사들은 손가락만 빤 것이다. 삼성의 기술을 쫓아갈 수가 없어서다. 다들 작년에야 48단 제품을 겨우 내놓았다. 하지만 이미 수율을 안정화해 비용을 낮춘 삼성을 따라잡긴 벅찼다. 또 지난해 하반기 낸드 수요가 이어지며 2D 낸드 공장을 몇 달 멈추고 3D 낸드로 전환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도시바 등은 48단을 개발하고도 양산을 건너뛰었다. 64단 제품으로 한번에 삼성을 잡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반기부터 3D 낸드 물량 전쟁?

지난 7일 도시바와 합작사 웨스턴디지털은 64단 3D 낸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양산은 이르면 올 4분기 시작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이보다 더 앞선 72단 제품을 개발 중이다. 올 하반기 내 양산을 자신하고 있다. 마이크론도 64단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시대의 성장성을 담보할 3D 낸드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각오다.

이들이 투자해온 3D 낸드 공장도 하반기부터 완공에 들어간다. 국제반도체장비협회(SEMI)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도시바 인텔 XMC 등이 모두 여덟 곳의 3D 낸드 공장을 짓거나 기존 공장을 3D로 전환 중이다. 댄 트레이시 SEMI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장비 시장은 당초 예상치(6%)보다 더 많이 성장했는데 3D 낸드 투자 때문”이라며 “3D 낸드 투자가 지속되고 있어 올해는 9%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추격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지난해 화성 16, 17라인에 3D 낸드 장비를 넣은 데 이어 올 6월 완공될 평택 18라인에서도 3D 낸드를 생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 경쟁사들이 물량을 쏟아낼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3D 낸드 기술 격차를 많이 좁혀 왔다”며 “모두가 3D 낸드 라인에 투자하고 있어 하반기부터는 분명히 시장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가격이 떨어지면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 즉 SSD가 하드디스크를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가격 하락보다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