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경 원장 직접 진두지휘…오는 3월 말 발표 예정
인수위 없는 차기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보완 역할 할 듯
정치적 혼란 염두…2012년보다 발표 시기 3개월 앞당겨


대한민국 대표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새 정부에 필요한 경제정책 50선을 발표한다.

차기 정부가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KDI의 정책 제안은 차기 경제정책의 밑그림으로서 불확실성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9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KDI는 오는 3월 말 박근혜 정부에 이은 차기 새 정부에 필요한 경제정책 50개를 선별해 발표할 예정이다.

KDI는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경제정책을 혁신생태계 조성, 경제민주화와 시장질서 확립, 사회통합을 위한 포용적 시스템 구축, 저출산 고령화 대응, 안정적 경제환경 구축 등 5개 분야로 나눠 선별했다.

정책 선별은 KDI 박사급 인력이 우선 100개의 정책을 제안하고 관리자급 연구진들이 이 중 50개 정책을 선별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는 윗선에서 분석할 정책을 먼저 정하고 연구인력들이 세부 내용을 보충하는 이전의 방식과 다른 점이다.

정책 제안에는 현 정부에서 시행된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든 과정은 전담 부서 없이 김준경 KDI 원장이 몇 명의 간부들을 이끌고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만큼 김 원장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KDI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입안 때 전문 경제연구소의 필요성을 절감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1971년 3월 설립된 국책연구기관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KDI 연구위원 출신이고 바른정당 유승민 ·이혜훈 의원 등 정치권에도 KDI 출신이 포진해있다.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도 KDI를 거쳐 간 인물들이다.

KDI는 지난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국제관계 프로그램 산하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이 선정한 '2016 글로벌 싱크탱크 순위'(미국 제외)에서 6위에 선정되면서 국내 대표 싱크탱크로서 입지를 확인하기도 했다.

KDI가 내놓을 경제정책이 관심을 끄는 것은 이 같은 KDI의 무게감과 무관치 않다.

최근 조선·해운 구조조정,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 내부 악재에 트럼프 보호무역주의,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한국경제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라는 점도 KDI의 정책 제안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특히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차기 정부는 정책의 뼈대를 만드는 인수위 없이 출범할 가능성이 커 KDI의 정책 제안이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KDI는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6월에도 차기 정부를 위한 경제정책을 선별해 '견실한 경제성장과 안정적 사회발전을 위한 정책제언'이라는 제목의 책자를 발간한 바 있다.

최근 정치적 혼란을 고려해 당시와 비교하면 경제정책 제안 발표가 3개월 정도 당겨진 셈이다.

KDI 관계자는 "이번 정책 제안은 원장이 직접 챙기며 진행되고 있다"라며 "5년 전에는 정책이 제안자 중심으로 정리된 반면 이번에는 분야별로 정책을 정리했고 최대한 많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바텀업 방식으로 진행됐다"라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ro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