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 1~3위인 중국 일본 독일을 상대로 동시다발적인 ‘통화전쟁’을 선포했다. 3개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환율조작으로 미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맹공했다. 이 여파로 외환시장에서는 달러값이 급락한 반면 엔화 유로화 원화 가치는 급등했다.
"중국·일본·독일 환율조작" 트럼프, 동시다발 포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7개 글로벌 제약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과 일본(정부)이 시장에 개입해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미국과의 교역에서 이익을 취하지만 우리는 바보처럼 보고만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미국 통상정책은 다른 나라들이 적당한 부담을 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겠다”고 강조해 환율조작국 지정 등을 불사할 태세를 보였다.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을 총괄하는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도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로화는 사실상 독일 마르크화와 같다”며 “독일이 크게 저평가된 유로화를 활용해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 교역국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원화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이 주요 교역국의 환율조작 행위에 강력히 대응할 가능성이 있어 한국도 자칫 그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발간한 환율정책보고서에서 중국 일본 대만 독일 한국 5개국을 환율조작국 이전 단계인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