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개편의 폐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관 부처가 달라져 혼선을 겪은 대표적인 곳이 통상 조직이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선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 업무가 중요한데, 주관 부처가 매번 바뀌다 보니 정책의 연속성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 출범 후 1994년까지는 정부 부처명에 통상이란 단어가 들어가지 않았다. 통상 관련 업무는 상공부, 외무부, 경제기획원 등에 분산돼 있었다. 1994년 말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단행한 정부조직개편 때 상공자원부를 통상산업부로 개편하면서 통상 전담 부처가 처음으로 생겼다.

통상산업부의 역사는 오래가지 못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한 1998년 2월 통상 업무가 산업부에서 외교부로 이관됐기 때문이다. 외국과 협상할 때 정치(외교)와 경제(통상)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무부를 외교통상부로 재편하고 장관급의 통상교섭본부장을 뒀다. 통상을 외교부 안에 두되, 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해 외교부 공무원이 아니라 외부인에게 통상 업무를 맡겼다.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이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직전까지 통상산업부 차관이었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외교통상부에서 통상이 분리돼 다시 산업부에 붙었다. 박 대통령이 과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산업과 통상이 같이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게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산업부는 15년 만에 통상 기능을 흡수하며 산업통상자원부가 됐다. 산업부 공무원들은 “산업을 잘 아는 부처가 FTA 체결 등에 나서야 제대로 된 협상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며 반겼다.

20여년간 통상 조직이 오락가락하면서 통상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최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통상압력 등에 정부가 제대로 된 대처를 못한 데 대해서도 “통상 조직이 산업부와 외교부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통상 전문가를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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