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삼성이 독주하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반도체 이용한 이동식 저장장치) 시장에서 3차원(3D) 낸드플래시 제품을 본격 출시했다. SK하이닉스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SSD까지 제품군을 확대하며 반도체 영역을 넓히고 있다.
SK하이닉스, SSD시장 '0.9%의 진격'
3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3D 낸드를 탑재한 소비자용 SSD 제품 공급을 시작했다. 3D 낸드 시장에 사활을 건 SK하이닉스가 비주력 제품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셈이다.

SSD 시장은 노트북 PC 등에 사용되는 소비자용과 기업 서버에 사용되는 기업용으로 나뉜다. 두 분야 모두 삼성이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SSD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약 3%다. 1위 삼성(33.9%)의 10분의 1 수준이다. 소비자용 SSD에서도 삼성(22.0%), 인텔(20.2%) 등에 크게 못 미치는 0.9%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에 SSD 분야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SSD는 기존 자기디스크에 데이터를 저장하던 HDD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이르면 올해 안에 SSD 적용 노트북 PC 비중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SSD는 처리 속도가 빠르고 발열이 적어 HDD의 단점을 보완한다. 이익을 높이기 위해서도 이 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SSD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여러 개와 이를 통제하는 소프트웨어인 컨트롤러로 구성된다”며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개별적으로 파는 것보다 가격도 비싸고 이익률도 좋다”고 설명했다.

SSD 시장에서 3D 낸드 반도체 비중도 급증하고 있다. IHS는 SSD 제품 중 3D 낸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50%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에는 점유율이 88%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몇 년 새 HDD 물량 대부분을 SSD가 대체하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SSD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간 꾸준히 관련업체를 인수해왔다. SSD의 핵심으로 꼽히는 컨트롤러 기술을 키우기 위해 2012년 컨트롤러 업체인 LAMD를 인수했다. 외부에서 사들이던 컨트롤러를 자체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되면서 SK하이닉스의 SSD 경쟁력이 한층 높아졌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SSD 시장 경쟁사인 씨게이트와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합작이 성사되면 SK하이닉스는 안정적인 낸드 수요처를 확보한다. SK하이닉스는 합작을 통해 일본 도시바와 미국 마이크론을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SD 후발주자로서 아직 삼성 등 경쟁사에 크게 못 미치는 시장 점유율이지만, 포기할 수 없는 분야”라며 “총 7조원을 투자해 3D 낸드 시장 공략을 위해 박차를 가하는 만큼 관련 분야에서 SK하이닉스의 포트폴리오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