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제조 3사를 향해 미국에서 더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고 일자리도 늘려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마크 필즈 포드 최고경영자(CEO), 메리 베라 GM CEO, 세르조 마르키온네 피아트크라이슬러 CEO와 조찬을 함께하며 이같이 당부했다.

트럼프는 면담에 앞서 트위터 계정을 통해 “미국 내 일자리와 관련해 자동차회사 CEO들을 만난다”며 “미국에서 판매할 차를 지을 새 공장을 미국에 건설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백악관이 이날 CNN 등 언론에 공개한 자동차 CEO와의 면담 장면에서 트럼프는 “규제 완화와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미국 내 자동차공장·일자리 더 늘려라"
◆“미국에 공장 더 지어달라”

미국의 대통령이 빅3 자동차업체 CEO와 만난 것은 2011년 7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연료 효율을 높여달라고 당부하기 위해 면담한 이후 처음이다.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산업에서 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듣기를 고대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의 공장을 멕시코 등으로 옮겨 미국인의 일자리가 줄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해외에서 제조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자동차에 대해서는 35%에 이르는 높은 관세(국경세)를 매기겠다며 압박해왔다. 빅3 자동차 CEO가 이날 면담에서 추가 증설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포드는 멕시코에 16억달러짜리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취소하고 미시간 공장에 7억달러를 투자한다고 이달 초 발표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중서부 공장 2곳에 10억달러를 투자하고 새 일자리 2000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응 위해 동분서주

제조업 부활과 일자리 창출을 꾀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업 압박이 거세지면서 CEO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제조업 핵심인 자동차업계 CEO 사이에선 ‘트럼프 탐구’가 업무 1순위로 떠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말 연초에 신차 출시와 매출 증진 방안을 놓고 시간을 보내야 할 자동차회사 CEO들이 트럼프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필즈 CEO는 이달 초 디트로이트 모터쇼 만찬 자리에서 “1980년대에 《거래의 기술》을 처음 읽었지만 트럼프를 이해하기 위해 다시 읽었다”고 말했다. 《거래의 기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87년 펴낸 책이다. 마르키온네 CEO는 이달 초 기자들에게 “트위터로 국정 방향을 전달하는 대통령은 처음”이라며 “이는 새로운 소통 방법이고 여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우리는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GM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리는 트위터 글을 모니터링하는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다.

연말 연휴를 보내고 업무에 복귀한 베라 CEO는 지난 3일 이른 아침 트럼프의 기습 공격을 받았다. 트럼프가 트위터를 통해 “미국 1위 자동차회사인 GM이 ‘쉐보레크루즈’를 멕시코에서 만들어 들여온다”고 비판한 것이다. GM은 이미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베라는 즉각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알렸다. 약 2주 뒤 GM은 미국 내 공장에서 일자리 1000개를 창출하거나 유지하는 데 10억달러(약 1조16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WSJ는 “노동조합 위원장들은 공장 일자리 재배치를 위해 본사로 불려오고, 이사회 이사들은 트럼프 정부에 인맥이 없는지 알아보는 등 자동차업계가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했다.

◆규제 완화 등 기회도 엿봐

자동차회사 CEO들이 공격을 당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기회를 엿보기도 한다.

베라 CEO는 20여명의 기업인으로 구성된 트럼프 정부 경제자문위원회에 참여했다. 한 소식통은 “베라 CEO가 경제자문위원회 참여 요청을 받았을 때 이사회에 조언을 구했다”며 “그때 이사들은 트럼프 정부와 얼굴을 맞대는 시간이 늘어나면 무역과 다른 이슈에 업계 의견을 반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거라며 수락을 권유했다”고 전했다. 포드 창업자 헨리 포드의 증손자이자 포드 이사회 의장인 빌 포드도 작년 여름부터 트럼프와 여러 차례 만나 의견을 조율했다.

이정선/임근호 기자 sunee@hankyung.com